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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강도현은 오랜만에 가족들을 전부 본가로 불러 모았다. 최소아가 도착했을 때, 강진혁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도현은 그녀를 앉혀두고 말했다. “너는 강씨 가문이 인정한 며느리다. 내가 있는데 그 여자들은 너한테 손도 못 대. 수준도 안 되는 여자한테 일일이 신경 쓰지 마라.” 강도현은 최소아에게 확신을 주려 했지만, 최소아는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정말 신경 안 쓰일 수가 있을까. 사람을 사랑한다는 건 결국 그 사람의 전부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 사람의 모든 시간, 모든 시선, 모든 사랑까지... 수많은 외로운 밤마다 그녀는 스스로를 달랬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해도, 최소한 강진혁의 모든 ‘증오’는 자신에게 있다고. 사랑이 없으면, 어째서 증오가 생길까. 끼익— 대문이 열렸다. 강진혁이 들어왔다. 그는 최소아 맞은편에 앉으면서도 단 한 번도 그녀를 보지 않았다. “아버님 앞에서 약속해요. 유지아를 선택할 건지, 아니면 강씨 그룹을 선택할 건지요.” 최소아는 서류 한 장을 그의 앞에 밀어 놓았다. 강씨 그룹을 선택하면, 유지아는 그녀가 처리할 것이다. 유지아를 선택하면, 결혼 전에 맺은 조항대로 지난 몇 년 동안 힘들게 얻은 모든 걸 내놓아야 한다. 강진혁은 단 1초도 고민하지 않았다. “강씨 그룹? 너 하고 싶으면 해. 능력만 있으면 가져가. 유지아는 못 버려. 그건 내가 갚아야 할 빚이야.” 최소아는 어이가 없었다. 서른이 넘도록 순애보 남자 흉내를 내다니. 고작 5년 전에 했던, 철부지 시절의 한마디 약속을 아직도 붙잡고 있으면서 정작 그녀가 그의 아내가 될 때는 제대로 된 결혼식 한 번도 치르지 못했다는 사실은 끝내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자신은 그게 좋았다. 기꺼이 그에게 매달렸다. 최소아는 웃었지만, 그 미소는 눈에 닿지도 않았다.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링크를 열고 강진혁 앞에 내려놓았다. 화면 속에는 얼굴이 부어오르고 공포에 질린 유지아가 계속해서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지... 진혁 오빠! 빨리 와줘! 무서워!” 말이 끝나기도 전에, 화면 속에서 경호원이 유지아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 “최소아!” 강진혁의 눈빛은 먹빛처럼 어두웠고, 그 안에 자그마한 분노가 숨어 있었다. “센트럴 쪽 그 집은 내가 직접 위치 골라서 마련해 둔 집이에요. 안에 있는 사람들도 전부 내 쪽 사람들이고요. 그런데 윤지아를 거기 혼자 두고도 안심했어요, 당신 스스로를 과대평가한 거예요 아니면 날 너무 우습게 본 거예요? 걱정하지 마요. 이렇게 바로 죽여버리는 건 너무 쉬워요. 난 유지아한테 제대로 값을 치르게 할 거예요.” 최소아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은 채 그의 차가운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웃어 보였다. “여기 계약서 하나 더 있어요. 20% 지분만 내놓으면, 제가 유지아를 무사히 센트럴 쪽 집으로 돌려보내게 할게요. 어때요? 꽤 괜찮은 거래죠? 그리고 오늘 제 생일이거든요. 기분 좋은 선물 하나쯤 더 받고 싶네요.” 최소아는 그의 새까맣게 변한 표정을 무시하고 새 계약서를 꺼내 그의 앞에 밀어두고, 심지어 펜까지 가지런히 올려두었다. 강진혁이 서명을 미루자, 강도현이 입을 열었다. “강진혁, 네가 그런 하찮은 여자 하나 때문에 강씨 가문을 망칠 생각이냐?” 강진혁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문서에 사인을 한 뒤, 종이를 최소아 얼굴 앞에 던지듯 밀어놓았다. “고맙네요, 강진혁 씨. 유지아는 신원구에 있어요. 걱정 마세요. 제가 사람 시켜서 잘 모시게 할게요.” 강진혁은 그녀를 깊게 한 번 노려보더니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갔다. 최소아는 천천히 일어나 강도현에게 인사한 뒤, 서류를 들고 자리를 떠났다. 매주 화요일이면 최소아는 주마원에서 말을 탔다. 그날도 깔끔하게 말 등에 올라타 두 바퀴를 돌 무렵,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평소 얌전하던 말이 갑자기 울부짖으며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최소아는 이를 악물고 고삐를 잡아당겼지만 소용없었다. 아무리 뛰어난 기승이라도 균형을 간신히 유지할 뿐이었다. ‘젠장...’ 말이 발정이 난 것이다. 며칠 전 약까지 먹였는데, 누가 손을 쓴 건지는 뻔했다. 커브 길에 접어들던 순간, 말이 갑자기 멈춰 섰고 최소아는 그대로 앞으로 튕겨 나가 난간에 부딪혔다. 굵은 표지판 봉 하나가 그녀의 허리를 그대로 꿰뚫었다. 내장이 찢어지는 것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피부는 하얗게 질렸고, 식은땀은 방울처럼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시야가 까맣게 흔들렸고, 그녀는 손을 내려다보았다. 왼손 중지에 낀 결혼반지가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눈을 뜨기 괴로울 만큼 밝은 빛이었다. 사람들은 그 결혼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그녀만 알고 있었다. 강진혁이 그날 ‘결혼반지’라고 준 건 그저 캔을 따고 남은 은색 고리 하나였다는 걸. 그래서 그녀는 스스로 다이아 반지를 하나 사서, 어차피 똑같다고, 그게 그거라고 자신을 속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웃기지도 않았다. 사람이 어떻게 이 정도로 비참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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