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두 사람은 오랫동안 마주 선 채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강진혁은 단단히 쥐고 있던 주먹을 천천히 풀었다.
“다른 걸로는 보상할 수 있는데, 이 일만은 안 돼.”
보상.
최소아는 비웃듯 속으로 중얼렀다.
그녀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그녀를 상처 입힌 사람들 모두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는 것.
그뿐이었다.
두 사람은 싸움 한 번 없이 조용히 하버시아로 돌아왔다. 하지만 강진혁이 최소아를 데리고 고향에 다녀왔다는 소식이 들리자, 유지아는 두 사람이 정을 다시 붙일까 봐 울고불고하며 목 매겠다고까지 난리를 쳤다고 했다.
강진혁은 청담만 집 소파에 앉아 숨 돌릴 틈도 없이
또다시 급하게 집을 나섰다.
그리고 그 뒤로 열흘 가까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최소아가 휴대폰을 켜 보니 강진혁이 유지아를 데리고 펠리시아 제도에서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평소 사진 찍히는 걸 싫어하던 남자가 햇빛 아래 드물게 미소를 짓고 있었고, 그 표정에서는 어릴 적 순한 기색까지 어렴풋이 비쳤다.
그날 밤, 발신자 정보도 없는 번호로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잠든 강진혁의 얼굴.
찍힌 각도는 마치 품에 안긴 채로 찍은 것 같았고, 목덜미에는 빨갛게 번진 자국들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최소아는 조용히 웃었다.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으니, 이제 편할 이유가 없는 건 모두 마찬가지였다.
시간 차이를 계산하니 지금쯤 펠리시아 제도는 한밤중일 텐데... 그녀는 주저 없이 전화를 걸었다.
며칠 뒤 있을 준공식을 핑계로 그를 즉시 돌아오라고 했다.
강진혁은 밤새 전세기를 타고 하버시아로 돌아왔다.
피곤이 새겨진 얼굴, 헝클어진 머리, 새빨갛게 충혈된 눈.
“무슨 급한 일인데, 네가 처리 못 하고 나를 불러?”
그가 묻자, 최소아는 담담히 대꾸했다.
“못 처리한 건 공사가 아니고 사적인 일이에요.”
그녀는 휴대폰을 꺼내 유지아가 보낸 음성 메시지를 열었다.
전부, 자신이 전화 한 통으로 강진혁을 불러들였다는 이유로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쏟아내는 내용이었다.
다양한 언어가 뒤섞인 메시지들이 거의 십 분 가까이 이어졌다.
재생을 마친 뒤, 최소아는 차갑게 말했다.
“200억을 써서 브리센트에서 그 모양의 석사를 받아왔는데, 배운 건 아무것도 없나 봐요. 욕도 똑같은 말만 반복하네요.”
강진혁의 표정은 차갑게 굳었고, 목젖이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였다.
“걔 아직 어려. 너무 신경 쓰지 마.”
“강진혁 씨.”
최소아는 손에 들고 있던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젊다는 말, 입에 달고 살지 마세요. 여긴 하버시아예요. 여기선 젊음이 제일 값싼 거예요. 그런 애를 강씨 그룹에 밀어 넣는 건, 오늘 당장 무덤 파서 뛰어들게 하는 거랑 똑같아요. 제가 직접 손대고 싶지는 않으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는 당신이 스스로 판단해요.”
다음 날 준공식에 도착했을 때, 최소아는 유지아가 센트럴 별장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녀는 유지아가 자기 집에서 사라졌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했다.
그 아이가 다리 밑에서 자든, 호텔에 있든 그건 그녀와 아무 상관도 없었다.
행사가 시작되기 직전, 강진혁이 급히 달려왔다.
그가 계단을 올라서자 최소아는 자연스럽게 옆으로 비켜서 그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요?”
그녀는 그의 넥타이를 바로잡아 주었다.
“막혀서.”
강진혁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은 기자들을 향해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찰칵거리는 플래시 속에서, 온갖 더러운 소문은 화려한 겉모습 아래 완전히 가려졌다.
준공식은 성광구 새 쇼핑몰 정문에서 열렸다. 많은 이들이 모여 붉은 리본을 끊었고, 하늘로 터져 오르는 불꽃이 그 순간을 축하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 순간, 쾅!
폭음과 함께 건물 전체가 흔들리더니 무너지기 시작했다.
강진혁은 본능적으로 몸을 날려 최소아를 품에 감쌌다.
그리고 불과 몇 초 뒤, 산산이 무너져 내린 벽체들이 두 사람을 완전히 뒤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