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그 말에 민나연의 머릿속은 새하얗게 비었다. 그러다가 이현민이라는 이름이 들리는 순간, 벼락이 내리친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말기라 해도 항암 치료를 성실히 받으면 2~3년은 거뜬하다고 했던 아들이 수술 후, 한 달 만에 세상을 떠났다.
모든 게 주예린 때문이었다.
민나연은 주예린의 멱살을 움켜쥐고 사정없이 뺨을 갈겼다.
“어떻게 현민이를 이렇게 만들 수가 있어! 현민이는 죽기 직전까지도 네 이름을 부르며, 우리더러 너를 지켜 달라고 했어. 이 악마 같은 년아, 널 가만두지 않겠어!”
주먹과 발길이 이어졌지만 민나연의 울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한참 뒤, 주예린의 숨이 끊어질 듯 가늘어지자 그제야 이현준이 민나연을 뜯어말렸다.
“어머니, 이렇게 쉽게 죽게 놔둘 순 없습니다.”
이현준은 사람을 시켜 주예린을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그곳은 온갖 방식의 심문으로 악명이 높았다. 입이 가장 굳은 자도 죽여 달라고 빈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이현준은 주예린을 절대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살아 있는 동안, 살아 있는 게 더 괴롭게 만들 작정이었다.
“서연아, 내가 정말 잘못했어.”
이현준은 진서연 앞에 무릎을 꿇었다.
열 달에 걸친 신창 테크와 이한 그룹의 전쟁 때문에 이현준도 기력이 바닥났고, 이한 그룹의 쇠락 앞에서 이현준의 얼굴은 눈에 띄게 수척해졌다.
지금 무릎을 꿇은 건 마지막 자존심까지 내려놓은 이현준의 애원이었다. 그는 지금 오로지 진서연의 용서를 구하고 싶었다.
진서연은 한발 물러서 바짓가랑이를 툭툭 털었다.
“사과로 해결될 일이라면 경찰이 왜 필요하겠어?”
바로 그때, 완전히 무장한 경찰들이 총기를 든 채 병실로 들이닥쳤다.
“이현준 씨, 당신을 장기 밀매 사건 연루 혐의로 체포합니다. 경찰서로 동행하시죠.”
이씨 가문에 시집와서 지낸 세월 동안, 진서연은 그들의 회색지대에서 진행한 거래를 어렴풋이 들어 왔다.
이번 장기 밀매 수사의 핵심 증인이 될 수 있다면 진서연에게는 그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이현준은 피가 충혈된 눈빛으로 진서연을 바라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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