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결혼 10주년 기념일에 강우희는 남편 여민수를 직접 새언니 온서진의 침대로 밀어 넣었다.
그녀는 문밖에서 방 안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여민수의 낮은 신음과 온서진의 흐느낌이 뒤섞여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그녀의 심장을 꿰뚫었다. 순식간에 그녀의 가슴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지석과 박여금이 급히 달려왔다.
두 사람의 눈에는 핏발이 서 있었고 특히 박여금은 손을 들어 강우희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6년 전처럼 그저 정액 샘플만 간단히 채취하면 되는 일이었잖아. 그런데 어떻게 서진이를 이런 꼴로 만들 수가 있어?”
그녀는 울부짖으며 주먹으로 강우희를 마구 내리쳤다.
“네가 우리 집 양녀이긴 하지만 우리가 널 박대한 적은 없잖아. 천우가 살아 있을 때도 널 진심으로 아꼈어. 그런데 네가 네 오빠를 하늘에서도 눈 못 감게 만들 셈이야?”
강우희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박여금의 히스테리를 억지로 참아냈지만 눈앞이 흐려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며칠 전 그녀는 자신의 조카 바다가 사실은 남편 여민수의 아들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
부모님은 오빠 강천우가 정자 무력증을 앓고 있어 시험관 시술을 여러 번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강씨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그들은 몰래 여민수의 정액을 채취해 새언니 온서진의 난자와 결합한 것이었다.
원래 이 비밀은 계속 숨길 수 있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바다가 오빠가 죽은 날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오직 혈연관계가 있는 탯줄 혈액만이 생명을 구할 수 있었다.
소란스러운 와중에 침실 문이 거칠게 열렸다.
안에서는 이미 전투가 끝난 듯 여민수가 샤워 가운을 걸치고 상반신을 드러낸 채 걸어 나왔다.
그는 먼저 강지석과 박여금을 바라보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그들을 쏘아보며 말했다.
“어떻게 나를 너희 강씨 가문의 씨받이로 쓰면서 이렇게 작은 보상조차 주기 싫다는 거지?”
강지석과 박여금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떨었고 기세는 금세 꺾였다.
강천우가 죽은 후 지금의 강서 그룹은 거의 여민수 혼자 힘으로 버티고 있었고 애초에 그의 정자를 훔쳐 쓴 것도 이런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진실을 알고 나서도 여전히 강씨 가문의 사업을 위해 헌신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여민수는 마침내 시선을 강우희에게 고정했다.
“아직도 들어가서 네 새언니를 모시지 않고 뭐 하는 거야? 몹시 피곤하실 텐데.”
피곤하다는 말이 그의 입술 사이에서 맴돌았다. 분명히 예전에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던 달콤한 말투였다.
강우희는 다시 심장이 멎을 듯 아파왔고 거의 허리를 굽힐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왜 싫어?”
여민수는 비웃으며 그녀의 턱을 움켜쥐었다. 가늘고 긴 눈은 약간 부어오른 그녀의 오른쪽 뺨에 잠시 머물렀다가 다시 차갑게 빛났다.
“강씨 가문을 위해 네 남편까지 내쫓았으면서 이제 와서 이런 고생은 못 하겠다는 거야?”
강우희는 눈을 내리깔고 눈물을 참으려 애썼다.
부모님의 재촉, 바다의 목숨, 강씨 가문의 앞날, 모든 것이 그녀의 머리 위에 드리워진 칼날처럼 그녀를 억압하며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여민수는 오랫동안 사업계에서 활약하며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었다. 남에게 휘둘리는 것을 달가워할 리 없었다.
그는 심지어 강우희보다 며칠 먼저 진실을 알았고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며 그녀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강씨 가문을 택하고 자신에게 손을 대자 평소 냉정하고 침착하던 그가 광적으로 물건을 부수며 난장판을 만들었다.
“강우희, 널 사랑하지 않았다면 내가 계속 너희 강씨 가문을 지켜줬을 것 같아? 대체 넌 날 뭐로 생각하는 거야? 너희 강씨 가문의 도구? 아니면 강씨 가문의 머슴?”
...
여민수의 원망은 바늘처럼 강우희의 심장을 찔렀고 그녀의 눈가는 저절로 붉게 물들었다.
그녀의 가련한 모습에 여민수는 손에 힘을 약간 풀었지만 여전히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만약 네가 정말로 동의하지 않는다면 네 조카의 목숨은 나도 상관하지 않겠어.”
“동의해요.”
강우희는 갑자기 소리쳤다. 눈물을 닦고 심호흡을 한 뒤 그대로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의 움직임에 여민수의 얼굴은 다시 굳었다. 그는 냉정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잔인한 미소를 지었다.
“하... 정말 강씨 가문의 효녀네. 그렇다면 내가 너희 강씨 가문에 두 번째 아이를 만들어주는 동안 넌 그저 이 가문의 가정부일 뿐이고 나의 노예야.”
“알았어요.”
강우희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눈을 감고 모든 괴로움을 삼켰다.
새언니 온서진은 겁에 질린 채 침대 가장자리에 기대앉아 있었다. 강우희가 방 안으로 들어오자 눈물이 빗물처럼 쏟아졌다.
“우희야, 미안해. 내 몸이 더 이상 시험관 시술에 적합하지 않아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야.”
“말하지 않아도 돼요.”
강우희는 힘없이 손을 내저었다.
여민수의 분노는 어딘가로 쏟아져야 했고 부모님의 분노도 출구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시누이는 앞으로 두 아이를 데리고 강씨 가문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렇기에 모든 잘못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몫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