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화
강우희는 잘못을 저지른 당사자로서 온갖 수모를 억지로 감내하기 시작했다.
여민수는 매일 밤 점점 더 요란하게 소란을 피웠다. 처음에는 방 안에서만 그랬지만 나중에는 전장이 거실과 복도로까지 번졌다.
여민수는 정력이 넘쳤고 온서진은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다. 입술을 굳게 다물려 해도 자기도 모르게 야릇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강우희는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귀를 막으려 애썼지만 여민수는 그녀에게 마지막 남은 안식처조차 남겨주지 않았다.
그는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온서진을 안고 문을 들이닥쳤고 날카로운 턱을 살짝 치켜올리며 냉정하고 조롱하는 듯한 호선을 그렸다.
“사람을 시중들려면 시중드는 사람다운 모습이 있어야지.”
이 시중에는 사전 방 꾸미기 중간에 차를 따르고 물을 건네는 것 그리고 사후 전장 정리까지 모두 포함되었다.
강우희는 점점 침묵했지만 아무것도 거절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모든 일을 처리했다. 마치 감정 없는 기계처럼.
마치 강씨 가문을 위해 자신이 완전히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그가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같이하는 일 심지어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될 가능성조차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사실을 깨달은 여민수는 이마의 핏줄이 끊임없이 꿈틀거렸다.
강우희가 또다시 묵묵히 자신의 방을 내어준 뒤 여민수는 참지 못하고 그녀를 벽으로 몰아붙였다.
“어떻게 너는 강씨 가문을 위해 이렇게까지 비굴해질 수 있는 거야? 아니면 사실 너는 일찍 죽은 네 오빠 때문에 그러는 거야? 혹은 애초에 날 좋아한 적도 없는 건가?”
강우희는 이미 물러설 곳이 없었고 숨은 가빠졌으며 머릿속은 멍해졌다.
그녀는 여민수가 왜 오빠를 끌어들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녀에게 깊이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았다.
그저 바다가 강씨 성을 이어야 하고 그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동생 또한 오빠의 유복자로서 강씨 성을 이어야 한다는 것만을 알고 있을 뿐이었다.
강우희의 침묵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여민수의 마음 깊숙이 박혔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웃으며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섰다. 웃을수록 눈가는 붉어졌다.
“강우희, 네가 그렇게 강씨 가문의 효녀가 되고 싶다면 내가 그렇게 만들어줘야지.”
말을 마친 그는 다시 그녀를 잡아끌어 재빨리 차에 태웠다.
도중 재촉하는 술자리 전화가 울렸지만 여민수는 짧게 대답한 뒤 전화를 끊고 다시 조롱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여 사모님 오늘 밤 술자리는 당신이 좀 도와줘야겠어. 내가 술을 마시면 아이가 건강할지 장담할 수 없으니까.”
강우희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듯했다.
사실 그녀는 술을 잘 마시지 못했다.
예전에 여민수를 따라 몇 번 응대하러 간 적이 있었는데 겨우 세 잔을 마시고 나면 속이 뒤집히듯 괴로웠다.
그때 여민수는 무슨 일이라도 난 것처럼 긴장하며 그녀의 곁을 지켰고 이후로는 강우희에게 술을 조금도 입에 대게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혼란스러운 생각 속에서 자동차는 굉음을 내며 빠르게 달렸고 곧 두 사람은 술자리에 도착했다.
여민수는 말한 대로 행동했고 누가 술을 권하든 마지막에는 모두 강우희 앞으로 몰아넣었다.
“마셔. 내가 오늘 밤 임무가 있다는 걸 잊지 마.”
강우희는 숨이 막히는 듯했지만 망설임 없이 술잔을 들어 단숨에 비웠다.
눈치 빠른 사람들은 모두 이 대결을 알아차렸고 여민수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술잔을 들고 강우희의 곁으로 몰려들었다.
강우희는 참지 못하고 여민수를 힐끗 쳤지만 그는 입가에 미소를 띤 채 여전히 태연자약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씁쓸하게 웃으며 더 이상 기댈 곳이 없음을 깨달은 그녀는 거절하지 않고 곧 속이 화끈거릴 정도로 타올랐다.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그녀는 거의 비틀거리며 방 밖으로 나와 쓰레기통 옆에 쭈그리고 앉아 격렬하게 토해냈다.
힘이 다할 때까지 토해낸 뒤 강우희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 순간 눈앞에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엉망인 모습으로 고개를 든 그녀 앞에는 여민수가 차갑고 냉담한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가 물었다.
“벌써 안 되겠어? 이제 겨우 1차일 뿐인데.”
강우희는 힘겹게 배를 누르며 정신을 차리려 애썼고 비틀거리며 다시 술자리 쪽으로 걸어갔다.
여민수의 얼굴은 순식간에 극도로 어두워졌고 그는 강우희의 손목을 세게 움켜쥐며 눈에 불을 켰다.
“하... 역시 너는 너의 오빠 강씨 가문을 위해서는 목숨도 내놓을 수 있구나.”
여민수가 오빠 이야기를 꺼낸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고 강우희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미 반박할 힘조차 없었다. 통증은 점점 심해졌고 거의 정신을 잃을 지경이었다.
여민수의 입술은 굳게 다물려 있었지만 다음 순간 그녀를 번쩍 안아 들고 차가운 표정으로 차에 태웠다.
그는 분한 듯 그녀의 안전벨트를 꽉 조여주며 귓가에 이를 악물고 속삭였다.
“네 강씨 가문의 두 번째 아이를 직접 보기 전까지는 절대 죽지 마.”
자동차는 굉음을 내며 병원 방향으로 질주했다.
하지만 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온서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