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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여전히 겁에 질린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열두 배는 더한 불안과 기대가 담겨 있었다. “오늘이 제 배란일이에요. 임신 확률이 높을 거예요. 한 달 더 미루면 날짜가 안 맞아요.” 강우희는 잠시 멍해졌고 눈가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울음을 참으며 차를 세웠다. “집에 가요.” “끼익.” 브레이크가 바닥에 마찰하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고 여민수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뒤돌아봤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게 강씨 가문이네. 강우희! 너에게 나는 대체 뭐야?” 말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그녀를 힘껏 좌석에 밀어붙이고 거칠게 입을 맞췄다. “짝.” 경쾌한 뺨 맞는 소리가 여민수의 모든 광기를 끝냈고 그는 붉어진 뺨을 어루만지며 차갑게 웃었다. 그러고는 차 문을 열고 그녀를 거칠게 내던진 뒤 시동을 걸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갔다. 먼지가 휘날리는 가운데 강우희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한참 후, 정신을 차린 그녀는 갑자기 가방이 차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차는 이미 멀리 떠나버렸고 강우희는 홀로 갓길을 따라 다음 출구까지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퇴근 시간이라 주변에는 차들이 쉴 새 없이 지나다녔다. 때때로 급정거하는 운전자들은 창문을 열고 욕설을 퍼부었고 험악한 눈빛은 그녀를 산 채로 잡아먹을 듯했다. 간신히 고속도로를 빠져나왔지만 휴대폰과 돈이 없었던 강우희는 계속 걸어야 했다. 밤바람은 점점 차가워져 뼛속까지 스며들었고 몸을 떨기도 전에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녀는 달리기로 몸을 데울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발이 걸려 넘어져 무릎이 욱신거렸다. 빗물에 씻긴 통증은 거의 골수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엉망인 모습으로 별장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별장에는 여전히 불이 켜져 있었고 여민수는 창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엉망인 모습을 보자 등줄기가 살짝 굳는 듯했지만 곧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어떻게 이제야 돌아와? 내가 온서진 씨와 애정 넘치는 모습을 보기 싫었던 거야? 아니면 온서진 씨의 시중드는 걸 게을리하고 싶었던 거야?” 공기 중에는 여전히 묘하게 긴장된 기운이 감돌았다. 강우희는 옆에 둔 손가락을 살짝 오므렸고 여민수는 조롱하듯 부엌을 가리켰다. “오늘 온서진 씨가 힘을 많이 쓰셨으니 부엌에 가서 전복죽을 끓여 와.” 현재 별장에는 세 사람뿐이었다. 강지석과 박여금은 평판을 지키겠다며 이미 모든 가정부를 내보냈다. 강우희는 많은 집안일을 배우도록 강요받았지만 곁에서 도와줄 사람조차 없었다. 오늘 그녀는 술도 마시고 비도 맞아 몸에 힘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고 부엌을 향해 몇 걸음 움직이려다 다리에 힘이 풀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2층으로 올라가던 여민수는 발걸음을 멈추고 얼굴을 흘끗 돌려 살펴본 뒤 조롱 섞인 차가운 코웃음을 냈다. “그건 네 선택이었잖아. 이제 와서 유난 떨지 마. 전복죽 끓이는 데 오래 걸리지 않게 해.” 어스름한 불빛 속에서 그의 눈빛은 흐릿하게 가려져 분간하기 어려웠다. 강우희는 씁쓸하게 웃으며 다시 바닥에 엎드려 잠시 쉬고 몸을 웅크린 채 부엌으로 들어갔다. 곧 냄비 속의 쌀알이 달콤한 향기를 내며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녀는 능숙하게 저으며 끓어오르는 열기 속에서 예전의 자신을 떠올렸다. 한때, 그녀는 여민수의 손바닥 안의 보물이었다. 여민수는 강우희가 부엌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그녀는 고귀하게 살면서 그의 세심한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상은 변했고 지금 이 순간의 모든 고통과 수고는 그녀가 감당해야 할 죄였다. 어느새 눈가에 다시 물기가 맺혔지만 그것이 수증기인지 눈물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간신히 전복죽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가 문가에 섰을 때 갑자기 문이 안에서 활짝 열렸다. 온서진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고 강우희는 간신히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을 피했지만 뜨거운 죽이 순식간에 몸에 쏟아졌다. “아!” 그녀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고 허벅지 전체가 붉게 달아오르며 위가 쥐어짜는 듯한 통증까지 되살아났다. 강우희는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마침내 여민수가 방에서 나와 눈앞의 광경에 놀라 무의식적으로 그녀에게 다가섰다. 바로 그때 옆에 있던 온서진도 안색이 변하며 말했다. “아... 배가 너무 아파요...” 온서진의 낮은 울음소리가 여민수의 발걸음을 묶었고 그의 시선은 강우희와 온서진 사이에서 갈등했다. 결국 그는 온서진을 안아 들고 훌쩍 떠나갔고 그의 뒷모습은 마치 한 줄기 바람과 같았다. 강우희는 너무 아파서 말할 수조차 없었고 난간을 필사적으로 붙잡은 채 온몸이 완전히 차갑게 식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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