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7화
해가 지기 전 구상철은 은화영과 함께 의기양양하게 세자행궁으로 들어섰다.
강청연이 그를 오일이나 더 질질 끌자 속이 터질 지경이었던지라 오늘 밤만큼은 기필코 그녀를 맛보고야 말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헌데 우림군이 이무령의 명을 받들고도 그를 막지 않자 구상철은 드디어 우림군이 꼬리를 내린 줄 알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오늘은 세자빈께서 내 부인의 생신을 축하해주러 오셨다. 감히 누가 이 구상철의 흥을 깨뜨린다면 그놈의 목통을 비틀어 버릴 것이다.”
이에 그의 친위군 대장이 서둘러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대장군께선 염려 마시옵소서. 절대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도록 저희가 지키겠사옵니다.”
“좋다. 행궁의 중정을 경계 삼아 그 누구도 넘지 못하게 하여라. 설령 천왕께서 친히 오신다 해도 허락 못 한다.”
“명 받들겠사옵니다!”
그리하여 구씨 가문 군사들이 중정 입구를 틀어막고 섰으며 우림군조차 함부로 접근하지 못했다.
구상철도 당대의 세자빈을 손보는 일은 천하에 없는 대죄라 절대 외부에 새어나가선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강청연을 완전히 길들인 뒤에 역심을 품어도 늦지 않다. 나라와 미인을 모두 가질 것이야.’
한편 우림군의 숙소에서는 이무령이 이미 백은 갑주를 갖춰 입고 부하들을 앞에 세워 훈시하고 있었다.
“구상철이 우리 사람을 사로잡고 허삼중 도위에게 고문을 자행하였으며 세자빈께 무례를 범하고 대놓고 세자의 행궁을 점거하였다. 이는 곧 우림군을 모욕함이고 더 나아가 덕헌국의 권위를 능멸한 것이다. 오늘 그자가 만에 하나라도 날뛰거든 너희는 그를 주살할 수 있겠느냐!”
“있습니다!”
병사들 모두 우렁찬 목소리로 응했다.
“좋다. 모두 무장을 갖추고 대기하라. 갑주는 절대 벗지 말고 칼은 날카롭게 갈아 두며 활을 손에 쥐고 명이 떨어지면 곧장 튀어 나가 그자의 친위군 오십을 모조리 베어버려라.”
“알겠습니다!”
그제야 부하들은 오늘 밤 천지를 뒤흔들 대사건이 일어날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비록 이곳이 연제국의 땅이라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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