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24화

기차역 입구에서 포옹하고, 남자가 손을 뻗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 두 사람이 함께 별장 문 앞에 서 있는 모습...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완전히 ‘연인’ 같은 느낌이었다. “이 남자는 누구야?” 박지훈은 침울한 표정으로 정영준을 노려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아직 상대방의 신분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지만, 저희 사람이 보고하기로는 두 사람의 관계가 매우 특별한 것 같다고 해요. 호칭이 매우 다정하거든요. 성유리 씨는 그 남자를 ‘건우 선배’라고 부르고, 그 남자는 성유리 씨를...” 정영준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가 망설여졌다. 박지훈의 부릅뜬 두 눈에 끔찍한 냉기가 감돌았다. 그는 목소리를 한층 더 높여 말했다. “말해!” 정영준은 이를 악물고 내뱉었다. “유리야...” ‘유리야?’ 박지훈은 자기도 모르게 두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 평소에 개인병원의 그 남자 의사가 그녀를 ‘유리 누나’라고 부를 때 그는 이미 충분히 다정하다고 느꼈는데... “두 사람은 지금 근처의 한 맛집 거리에 간 것 같아요. 아마 저녁을 먹으러 간 거겠죠.” “차를 돌려 바로 이 맛집 거리로 가.” 그의 말에는 추호의 망설임도 없었다. 두 사람이 관계를 맺은 후, 그는 그녀와 함께하고 싶다고 제안했지만 그녀는 머뭇거리며 그에게 정확한 대답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밖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이라니.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초가을의 밤바람이 불어와 성유리의 긴 머리카락을 휘날렸다. 차가 맛집 거리 입구에 멈춘 후, 그는 그곳에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한눈에 알아봤다. 박지훈의 시선에서 바라본 그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성유리는 한 손에 과자 상자를 들고 문 앞에서 방건우와 이야기를 나누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성유리 쪽으로 조용히 다가오고 있었다. 검은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자였다. 손에 숨겨둔 군용 나이프의 날카로운 끝이 살짝 드러나는 순간, 박지훈은 그것을 한눈에 알아챘다. 그의 시선은 성유리의 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