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86화
남자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당혹감이 있었다.
“박지훈 씨가 참... 잘 해주네...”
성유리는 그의 말에 다른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눈치챘지만 뒷좌석에 앉은 아이는 아직 눈치채지 못했다. 송아림은 우쭐대는 듯한 모습을 하며 입을 열었다.
“맞아요! 우리 아빠 저한테 아주 잘해줘요! 매번 올 때마다 간식이랑 장난감도 잔뜩 사다 주시는걸요!”
“그래?”
남자는 다소 불쾌한 듯한 목소리로 대꾸해 주었다. 송아림은 아직 어린아이였던지라 당연히 그 불쾌감을 눈치챌 리가 없었다.
“네!”
남자는 고개를 돌려 앞을 주시했지만 눈빛이 전보다 어둡게 가라앉았다.
아이의 정체를 알고 있었지만 박지훈이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성유리도 그의 앞에서 그를 언급한 적 없었다. 곰곰이 생각하던 남자는 두 사람의 사이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깊으리라 생각했다. 사실 강주시에서부터 그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니 진미연은 이미 음식을 가득 차려놓고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방건우와 진미연은 알고 지내는지 오래되었던지라 친구이기도 했다. 그랬기에 그들은 아주 자연스럽고도 화목하게 식탁에 마주 앉을 수 있었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 진미연은 송아림을 데리고 욕실로 들어갔다. 성유리는 방건우와 테라스로 움직이며 시원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두 사람은 의자에 앉아 강주시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 일은 지금까지 경찰 측에서 이렇다 하는 대답을 해주지 않았어.”
방건우는 앞만 주시하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마 상대의 수법이 너무 치밀해서 그런 걸 거야. 현장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아서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대. 그래서 우리더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라고 하더라고. 범인을 못 찾을 가능성이 크니까...”
그의 목소리는 점차 더 가라앉았다. 이런 결과에 성유리는 딱히 놀라지 않았다. 강주시를 떠날 때부터 이미 마음의 준비를 했었으니까. 어쩌면 평생 그 범인을 찾지 못할 것이다. 아직도 그녀를 해치려고 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내지도 못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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