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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어젯밤 일에 대해 아직도 적당한 핑계를 찾지 못했다. 이 기회에 제대로 설명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고 싶었던 성유리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부탁할게요, 작은 아버님.” “응.” 무표정한 얼굴로 성유리를 흘끗 본 박지훈은 대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어제 박지훈이 기사를 데리고 오지 않았기에 오늘은 직접 운전해야 했다. 성유리가 뒷좌석 문을 열려는 순간 운전석에 앉은 박지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에 앉아.” 차 문에 닿은 손이 멈칫한 성유리는 고개를 들어 남자의 잘생긴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무표정한 얼굴에 다른 감정이 보이지 않았기에 결국 문을 닫고 앞 좌석에 탔다. 차는 산길을 따라 천천히 내려갔다.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 성유리는 무릎 위에 놓인 손을 꽉 쥐더니 이를 악물고 말을 꺼냈다. “대표님, 어제 머리핀이 실수로 대표님 방 발코니에 떨어졌어요. 주워오려고 넘어갔는데 힘이 다 빠져서 돌아올 수가 없었어요.” 핸들을 잡은 박지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이내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서 내 방에서 잔 거였어?” “누구 방인지는 몰랐어요.” 성유리는 급히 고개를 돌리더니 손사래를 쳤다. “게스트룸인 줄 알았어요. 그 옆방 뒤쪽은 다 게스트룸이잖아요. 그래서 그냥 잔 거예요.” 박지훈은 그녀를 흘끗 본 뒤 무심한 목소리로 말했다. “배짱이 대단하네.” 박지훈과 눈이 마주쳤을 때 성유리는 그의 눈가에 희미한 웃음이 서린 걸 발견했다. “대표님 방인 줄 알았으면 절대 안...” 성유리의 말이 끝나기 전에 박지훈이 말을 끊었다. “주량이 안 되면 술을 마시지 마. 어제 한방을 쓴 게 나라서 다행이었지.” 말 속에는 만약 다른 남자였다면 그렇게 순탄치 않았을 거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박진우든, 다른 누구든 말이다. 성유리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박진우와는 그저 쇼윈도 부부일 뿐이에요. 설령 한방에서 잤어도 그 사람은 아무 짓도 안 했을 거예요.” “남자를 모르니까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그 말을 들은 성유리는 순간 온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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