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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4화

문을 열자마자 문 앞에 정영준이 있는 것을 보고는 잠시 멈춰 서서 말했다. “정 비서님? 아직도 안 가셨네요?” 정영준은 거리낌 없이 입을 열었다. “성유리 씨는 제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박 대표님이 지시한 거니까요.” “지금 어디에 있어요? 회사에 있나요? 아니면 현장에?” “대표님은 저녁에 회의가 있어서...” 그 말에 성유리는 박지훈을 찾아가려던 생각을 접었다. “알겠어요. 그럼 그냥 돌아가세요. 내가 알아서 운전해 갈 테니 바래다줄 필요 없어요.” “네.” 성유리가 이렇게 말하니 정영준도 더 이상 고집하지 않고 그녀가 떠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한밤중, 안정 그룹. 연속으로 세 개 회의를 마친 박지훈은 얼굴에 피로가 살짝 스쳤다. 회의실에서 사무실로 향하는 길, 사무실 문 앞까지 왔을 때 문밖에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정영준을 보았다. 박지훈이 무엇을 묻고 싶어 하는지 짐작하고 있는 정영준은 묻기도 전에 먼저 보고했다. “성유리 씨를 모셔다드리려고 했는데 사양하셨어요...” “심규찬 돌보려고 병원에 남아 있지 않고?” 약간 의아한 얼굴로 말한 박지훈은 눈에 희미한 호기심이 스쳤다. “성유리 씨가 그분 가족에게 연락해 오게 한 다음에 가셨어요.” 여기까지 듣고서야 안색이 점차 누그러진 박지훈은 무언가 생각에 잠긴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밤새도록 성유리는 박지훈에게 전화 한 통 하지 않았고 박지훈은 그녀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몇 번이고 전화기를 들었지만 결국 다시 내려놓았다. 순식간에 온몸을 휘감은 답답함은 오랫동안 가시지 않았다. 그날 밤, 박지훈은 집에 돌아가지 않고 회사의 휴게실에서 잠을 잤다. 창밖의 수많은 불빛을 바라보고 있는 박지훈은 마음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머릿속에는 심규찬이 성유리의 이마에 입술을 맞추는 장면이 맴돌았다. 한 번씩 생각날 때마다 마치 칼이 가슴 깊숙이 박히는 것처럼, 숨쉬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아팠다. 그날 밤 잠 못 이룬 사람은 박지훈뿐만 아니라 성유리도 마찬가지였다. 성유리는 침대에 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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