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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9화

박지훈은 부진원을 무시한 채 고개를 들어 술잔을 비웠다. 몇 잔을 마신 후 머리가 조금 어지러워지니 무심코 윈드 타워에 가고 싶어졌다. 성유리가 너무 보고 싶어졌다. “술 마실 때 나를 부르지도 않다니? 너무하지 않아!” 이때 부드러운 목소리가 갑자기 두 사람의 귀에 닿았다.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든 박지훈은 맞은편에 배가은이 앉은 것을 발견했다. 배가은이 입꼬리를 올려 살짝 미소 짓자 아름다운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배가은은 알아서 술을 따르더니 잔을 들고 건배를 하려는 듯 박지훈의 앞으로 내밀었다. 부진원은 이 장면에 순간 멍해졌다. 배가은이 박지훈을 좋아하는 일은 공공연한 사실이었지만 모두들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배가은은 사실 박지훈 때문에 현재 남편과 이혼했던 것이다. 박지훈을 바라보는 배가은의 눈빛은 당장이라도 그를 삼켜버릴 듯했지만 박지훈은 잔을 들지도 않은 채 무표정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여기에 있는 거 어떻게 알았어?” 그 목소리에 바로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부진원을 바라보았다. 부진원은 박지훈의 차가운 시선에 손사래를 쳤다. “난 말하지 않았어...” 즉시 맞은편에 있는 여자를 바라본 박지훈은 분노가 서려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를 미행했어?” “아니, 그럴 리가!” 배가은은 즉시 부인하며 설명했다. “오늘 친구가 생일이라 여기서 파티한다고 했는데 지나가다가 너희들이 여기서 술 마시는 걸 보고 인사하려고 왔어.” 그러나 박지훈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잔도 들지 않고 조용히 배가은을 바라봤다. 최근 성훈이 자꾸 누군가 따라다니는 것 같다고 말해 궁금하던 찰나, 그게 배가은의 사람들이라면 모든 것이 설명되었다. 박지훈이 계속 잔을 들지 않자 배가은은 눈에 실망감이 스쳤다. 딱딱한 분위기를 느낀 부진원은 재빨리 잔을 들어 배가은과 잔을 부딪쳤다. “가은아, 나랑 먼저 한잔하자. 지훈이랑은 조금 있다가 마셔.” 부진원이 분위기를 풀려는 모습에 배가은도 못이기는 척하며 부진원과 잔을 가볍게 부딪쳤다. 반면 박지훈은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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