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2화
성유리는 진지하게 말했다.
“농담하지 마요. 저 이혼증 받은 지 며칠 안 됐는데 이렇게 성급하게 혼인 신고하자고요? 우리가 연인도 아닌데 바로 혼인신고라니요, 너무 황당하지 않나요?”
박지훈은 입꼬리를 올려 희미하게 웃었다.
“그럼 내가 한발 양보할게. 내 여자친구가 되어 주는 것은 어때?”
눈이 휘둥그레진 채 박지훈을 바라본 성유리는 상대방 눈에 스치는 가벼운 웃음을 보고 자신이 속았다는 것을 느꼈다.
이 남자가 수단이 뛰어나다는 말은 진작 들었는데 그런 수단을 자신에게 사용할 줄은 몰랐다.
아마 박지훈은 결혼할 생각이 없었을 것이다. 단지 성유리가 거절할 여지를 주지 않으려고 결혼이라는 단어를 먼저 내놓은 것뿐이었다.
“나 놀리는 거예요?”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민 성유리는 박지훈의 얼굴을 가리키며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박지훈은 성유리의 손가락을 잡아당긴 뒤 그녀의 손등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그러고는 살짝 무심한 듯한 뉘앙스로 말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네가 대답 안 할 것 같아서.”
성유리는 어이없어 웃음이 났다.
“박지훈 씨, 정말 수완이 좋네요!”
“당연하지, 내가 원하는 답은?”
박지훈은 거리낌 없이 물었다.
“대답해 줘.”
성유리는 문득 박지훈을 놀려주고 싶은 생각에 얼굴에 희미한 웃음을 띠며 그를 바라보았다.
“내가 대답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실 건데요?”
그 말에 박지훈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들어 성유리의 눈을 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대답하지 않는다면 당장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 할 거야.”
성유리의 얼굴에 쓴웃음이 스쳤다.
박지훈이 이런 일은 충분히 하고도 남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 박지훈이 손을 그녀의 허리에 올렸다.
“알고 있겠지만 난 그런 방식을 쓰고 싶지 않아...”
“저도 그런 기회를 드릴 생각이 없어요.”
성유리는 손을 박지훈의 어깨에 올린 뒤 조금 더 다가갔다.
“남자친구...”
이 말이 떨어지는 순간, 남자의 속눈썹이 맹렬하게 떨렸다.
그러고는 주저 없이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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