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어두워진 박철용의 표정에 성유리도 더는 뭐라 할 엄두가 안 나서 서둘러 핸드폰을 가져와 박지훈의 번호를 찾았다.
그리고 통화버튼까지 누른 뒤 핸드폰을 박철용 손에 들려줬다.
“왜요, 무슨 일이에요?”
얼마 지나지 않아 중년 남성의 잔뜩 잠긴 목소리가 핸드폰을 뚫고 성유리의 귀에도 들려왔다.
“지금 당장 집으로 와. 할 얘기 있어.”
“나 저녁에 회의도 있는데, 그냥 전화로 해요.”
“안돼. 만나서 해야 할 얘기야...”
박철용이 화 기운 때문에 기침까지 해대자 그의 건강이 걱정됐던 성유리는 핸드폰을 당겨오며 박지훈에게 언질을 주었다.
“할아버지가 아림이에 대해서 다 알아버리셨어요.”
더 이상 박철용을 화를 돋우면 안 돼서 미리 알려준 건데 박지훈도 이를 알아들은 듯 잠깐의 침묵 끝에 대답했다.
“알겠어요. 바로 갈게요.”
선뜻 나온 그의 대답에 입구에 서 있던 박진우는 자신의 두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박철용의 부름에 한 번에 달려온 적이 없던 박진우인데 그렇게 까다롭게 굴던 사람이 성유리의 말 한마디에 온다고 하니 이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화를 끊은 성유리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의약 상자를 정리했다.
“진우 너 나 좀 부축해라. 거실에서 지훈이 기다려야겠어. 오늘은 다들 저녁 먹고 가. 먼저 갈 생각들 하지 말고.”
자신을 콕 집어하는 말인 것 같아서 성유리는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박지훈이 아림이라는 아이가 딸이라는 걸 순순히 인정하는 걸 보면 그에게도 생각이 있을 것 같아 성유리는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다 함께 거실로 내려간 그들은 박철용의 좌우에서 같이 박지훈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그로부터 30분 뒤, 익숙한 엔진 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고 이내 구두 굽이 부딪치는 소리까지 들리자 성유리도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들어오자마자 성유리와 눈이 마주친 박지훈은 다급히 시선을 돌리며 박철용을 바라보았다.
“그 얘기 누가 한 거예요?”
그때 박철용 옆에 앉아있던 박진우가 고개를 들며 눈을 부릅뜨자 박지훈도 그의 소행임을 알아차리고 물었다.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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