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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내 걱정은 하지 마. 나는 괜찮으니까...” 전화를 끊은 후 박지훈은 커다란 통유리창 앞에 서서 창밖의 흐릿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최근 이틀 동안의 날씨는 유난히 좋지 않았다. 음침한 기운에 휩싸인 온 하늘은 박지훈의 현재 마음처럼 음침함이 극에 달했다. 그다음 일주일 동안 박지훈은 사람들을 보내 성유리의 행방을 찾았다. 그 해역에만 국한되지 않고 추모 공원의 산까지 다 뒤졌지만 결과는 역시 똑같았다. 그렇게 또 일주일이 지날 때까지 성유리도 심규찬도 행방은 여전히 묘연했다. 두 사람은 마치 공중에서 사라진 것처럼 이 세상에서 증발해 버렸다. 박지훈은 거의 매일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마시지 않으면 잠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성유리를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박지훈은 무너질 수 없었다. 정영준은 경찰의 최종 보고서를 들고 서재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진한 술과 담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박지훈은 하얀 카펫 위에 앉아 소파에 등을 기대고 있었다. 바닥에는 술병 몇 개가 흩어져 있었고 탁자 위에는 레드 와인이 반 잔 정도 놓여 있었으며 옆에는 담배꽁초가 흩어져 있었다. 흰 셔츠를 입고 있는 박지훈은 머리를 뒤로 빗지 않아 잔뜩 흐트러져 있었으며 턱수염도 잔뜩 자란 상태였다. 전체적으로 사람이 매우 초라해 보였다. 정영준은 박지훈을 본 순간 깜짝 놀랐다. 여태껏 박지훈이 이토록 초라해 보인 적은 없었다. 안정 그룹 초기, 여러 곳에서 압박을 받아 경제적으로 위기에 빠졌을 때도 박지훈은 오늘만큼이나 허무맹랑해 보이지 않았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간 정영준은 무릎을 꿇은 뒤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대표님, 괜...” ‘괜찮으세요?’ 하지만 차마 말을 끝까지 할 수 없었다.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죽었을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괜찮을 수 있겠는가? “경찰 쪽에서는 뭐래?” 고개를 든 박지훈은 정영준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정영준은 박지훈의 눈이 붉게 충혈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 아마 요 며칠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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