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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경성 벨뷰 레지던스. 진미연은 소파에 앉아 맞은편에 있는 남자를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말이에요? 사흘 뒤에 유리를 위한 장례식을 한다고요?” “응.” 소파에 앉아 있는 박지훈은 오랜 기간 수면 부족으로 인해 눈빛이 흐릿했다. “일요일이에요.” 진미연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신도 못 찾았잖아요. 그런데 유리가 죽었다고 확신하는 거예요?” “나도 유리가 살아있기를 바라요. 하지만...” 남자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가능할까요?” 맞은편의 남자를 바라보던 진미연은 문득 말을 하려다 말았다. 경찰이 성유리를 사망으로 판정한 후 진미연은 거의 매일 같이 벨뷰 레지던스에 왔다. 하나는 성유리의 소식을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성유리 대신 박지훈을 보러 온 것이었다. 정영준이 전화로 말하길 지난 보름 동안 박지훈은 거의 매일 집에 틀어박힌 채 회사에 전혀 나가지 않았다고 했다. 매일 술에 찌들어 있을 뿐만 아니라 밥도 제대로 먹지 않아서 몸이 예전보다 훨씬 말랐다고 했다. 성유리가 실종된 지 벌써 보름 가까이 되었다. 생존 가능성은... 정말로 희박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미연은 박지훈이 성유리의 장례식을 치르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나는 반대예요. 절대 유리 장례식을 치를 수 없어요.” “이건 내 생각이 아니에요. 우리 아버지가 요구한 거예요.” 박지훈이 진미연의 말을 끊은 뒤 한마디 했다. “노인네가 희망이 없다는 걸 알고 이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유리가...” ‘마음 편히 떠나길 바라요.’ 하지만 박지훈은 마지막 한 마디를 도저히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진미연이 말을 하려던 순간 문 쪽에서 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대표님, 심규찬의 전화가 연결이 됐어요!” 그 소리에 눈이 휘둥그레진 두 사람은 이내 정영준이 쏜살같이 들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박지훈은 흥분한 얼굴로 의자에서 일어섰다. “언제 연결이 된 건데?” “조금 전이요.” 정영준은 주소록을 박지훈에게 보여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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