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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박진우가 무언가 말하려던 순간 멀리서 두 사람의 익숙한 모습이 보였다. 다름 아닌 박지훈과 성유리였다. 그는 그녀를 품에 안은 채 급히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박진우는 빠르게 그쪽으로 향했다. 성유리의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고 손목과 발목에는 뚜렷한 끈 자국이 남아 있었다. “작은아버지,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박진우는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 박지훈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에는 경계가 서려 있었다. 오늘 자신이 성유리에게 청혼하려던 걸 박진우에게 알리지 않았는데, 그가 어떻게 이곳에 나타난 걸까. 박지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되물었다. “여긴 왜 온 거야?” “오늘 작은아버지가 청혼하신다길래... 그냥 와봤어요.” 박진우의 목소리는 낮았다. 왠지 모르게 불안한 기색이 보였고 박지훈의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도 못했다. 박지훈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그렇게 궁금하면 다음에 내가 직접 부르지.” 그 한마디를 남긴 박지훈은 박진우가 대답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그는 성유리를 안고 그대로 마이바흐 쪽으로 걸었다. 박진우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주위에는 싸늘한 공기만이 감돌았다. 보아하니 박지훈은 여전히 성유리에게 청혼할 생각인 듯했다. 다만 오늘은 아니었다. 박진우의 머릿속에는 오히려 다른 의문이 떠올랐다. 그 방화범, 도대체 누구였을까. ‘설마 심규찬?’ 박지훈은 성유리를 차에 태운 뒤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큰 충격을 받았고 손목과 발목의 상처도 있었기에 치료를 받아야 했다. 잠시 후, 간호사가 성유리를 부축하며 나왔다. 박지훈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그녀의 상처 부위를 꼼꼼히 살폈다. 치료가 끝난 걸 확인한 뒤에서야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그때 성유리가 조용히 물었다. “오늘 청혼할 거였으면... 왜 미리 말 안 했어요?” 박지훈의 걸음이 잠시 느려졌다. “미리 말하면, 그건 더 이상 서프라이즈가 아니잖아.” 하지만 오늘 성유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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