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0화
성유리는 말없이 고개를 들어 박지훈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굳은 결심이 엿보였다.
잠시 생각을 가다듬은 끝에 그녀는 결국 고개를 저었다.
“나 복수할 생각은 없어요.”
“뭐라고?”
박지훈의 눈에 놀라움이 어렸다.
성유리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다시 한번 확실히 말했다.
“네. 복수 안 할 거예요.”
“그 여자가 얼마나 뒤에서 너한테 해코지를 했는데, 지금 와서 그냥 넘긴다고?”
그의 얼굴에는 믿기 힘들다는 표정이 스쳤고 목소리에도 무거운 분노가 실렸다.
“그게 네 성격이었나? 이건 좀 아니잖아.”
“그래도 한때는 지훈 씨의 약혼녀였잖아요. 게다가 그 여자 어머니랑 지훈 씨 어머니도 예전엔 꽤 가까웠고... 그걸 생각해서 이번 한 번은 넘어가 주는 거야. 하지만 만약 또 뒤에서 이상한 짓 하면 그땐 나도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약혼녀는 무슨 약혼녀야? 나 그 여자랑은 시작도 안 했어.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박지훈은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 약혼자는 너 하나뿐이야.”
그 말에 성유리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수많은 말보다 그 짧은 고백이 더 깊이 가슴에 닿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오직 자신 하나뿐이라는 사실이 느껴졌기에 성유리는 조용히 발끝을 들어 그의 입술에 짧은 키스를 남겼다.
입술이 닿고 떨어지는 짧은 찰나에 그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다정함이 가득했다.
박지훈은 그녀의 눈매를 바라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금 그녀의 입술을 깊게 맞췄다.
그런데 그의 손이 그녀의 뺨을 감쌀 때 실수로 자리를 잘못 짚었는지 그녀는 순간 아픔을 느꼈고, 입에서 낮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 소리를 들은 박지훈은 곧바로 그녀를 놓고 놀란 얼굴로 물었다.
“얼굴 아픈 거야?”
성유리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말을 들은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녀의 손을 잡아끌고 거실 쪽으로 향했다.
약상자를 꺼낸 그는 그녀를 소파에 앉히고 약을 꺼내기 시작했다.
“괜찮아요. 약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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