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이강현의 매정한 태도와 드레스를 입은 윤아린의 모습은 극명한 대비를 이루었다.
“강현아...”
윤아린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애써 변명했다.
“어젯밤은 워낙 불이 갑자기 나서 겁을 먹었나 봐. 고작 이런 일로 등을 돌리면 되겠어?”
이내 나를 돌아보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년은 너한테 잘 보이려고 일부러 불길에 뛰어든 거야. 우리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속셈을 모르겠어? 그래봤자 겨우 4년을 같이 보냈잖아. 무려 십몇 년을 함께한 나를 정녕 버릴 셈이야?”
윤아린은 역시나 영악했다. 내 목적을 단번에 눈치를 채다니.
한편으로 어리석기도 했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자신을 버린 여자를 용서할 리가 있겠는가?
4년 전이든 지금이든 그녀를 탓하기는 매한가지였다.
만약 이미 용서했다면 4년 동안 옆자리를 내어주기는커녕 나와 잠자리를 가지지도 않았을 테니까.
“아린아.”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이강현의 목소리가 왠지 모르게 다정하게 느껴졌다.
화색이 도는 윤아린과 달리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강현이 이토록 지고지순한 남자였단 말인가?
“날 먼저 버린 건 너야.”
말을 마치자 반짝반짝 빛나던 윤아린의 눈동자가 서서히 생기를 잃었다. 나는 비로소 한시름 놓았다.
“무슨 생각해?”
이강현이 나를 내려다보니 허리를 숙여 혀로 입가를 핥았다.
“크림이 묻었어.”
대수롭지 않은 말투와 과감한 스킨십은 윤아린이 안중에도 없는 듯했다.
해외로 도피한 전적은 그녀에게 오점으로 남았다. 그에 비해 나는 무려 목숨을 걸고 불구덩이에 뛰어들었다.
절박한 마음과 저급한 감정.
설령 사랑이 아니더라도 이강현은 나를 선택했을 것이다.
금지옥엽처럼 자란 윤아린에게 이런 푸대접은 처음일 테고 나를 노려보는 눈빛은 악의로 가득 찼다.
“강현아, 이제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윤아린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나를 손가락질하며 추궁했다.
“설마 저 여우 같은 여자한테 마음이 빼앗긴 건 아니지?”
여우라...
드디어 맞는 말을 했군.
하지만 이강현은 심기가 불편한 듯 싸늘한 기운을 내뿜더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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