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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윤아린을 설득하고 나니 눈앞의 광경을 마주했다. 김정훈은 홀딱 벗은 채 누워 있었다. 나는 가운을 입고 나와 침대를 향해 걸어갔다. 이때,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을 보니 이강현의 메시지였다. [세아야, 내일 가서 파혼할 테니까 기다려.] 답장이 없자 다시 문자를 보냈다. [잠들었어? 약 먹고 자.] 지난 4년 동안 항상 내가 그를 걱정해왔다. 태어날 때부터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 대접받기만 했을 뿐 타인에게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뒤늦게 남을 걱정하기 시작했더니 기다리고 있는 건 배신뿐이다. 이강현이 힘들어할수록 기분이 통쾌했다. 그런데 한편으로 심장에 무리는 가지 않을까 걱정했다. 나는 답장하는 대신 휴대폰을 끄고 침대로 향했다. 방 안에 CCTV를 설치했고 윤아린이 밖에서 지켜보았다. 하지만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침대에 올라 김정훈의 몸 위로 앉는 순간 그가 눈을 번쩍 떴다. 다행히 힘이 없는 듯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내 모습을 보자 어렴풋이 짐작한 듯 싸늘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윤세아, 죽고 싶으면 혼자 곱게 죽던가 날 끌어들이지 마.” 비록 이강현과 라이벌 사이라고 하지만 관계가 나쁜 편은 아니라서 서로 물어뜯지는 않았다. 주변 사람과 얽히는 불미스러운 일은 이강현의 마지노선을 건드린 셈이다. 김정훈은 자수성가한 케이스라 이씨 가문에 비하면 발끝에도 못 미쳤다. 만약 홧김에 집안싸움으로 번진다면 막강한 손해를 볼 것이다. “자기야, 이강현이 여기 없어. 이제 시작해도 돼.” 나는 큰 소리로 말하고는 허리를 숙여 키스하는 척 나지막이 속삭였다. “3년 전에 도움을 준 덕분에 내가 이강현 곁에 남을 수 있었던 거 알아요. 당신 윤아린 좋아하죠? 날 이강현한테 보내고 윤아린을 빼앗으려는 작정이잖아요.” 딸이 출국하고 나니 윤씨 가문은 이씨 가문의 보복이 두려웠다. 그래서 고민 끝에 사람을 구해 차녀라고 사칭한 뒤 분노를 잠재우기 위한 희생양으로 삼으려고 했다. 나는 제 발로 윤씨 가문을 찾아갔다. 윤호철과 경수지가 고민하는 와중에 김정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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