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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말을 마치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불도 켜지 않고 나를 벽으로 밀치더니 거친 키스를 퍼부었다. 그는 항상 몸이 안 좋아서 체온이 낮은 편이었다. 후끈거리는 열기에 우리 둘은 어느새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이번에는 내가 아무리 애원해도 봐주지 않고 예전의 난폭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여태껏 가장 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비몽사몽 한 와중에 처음으로 관계를 나누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그에게 깔린 채 온몸을 벌벌 떨었다. 경험이 없어서가 아니라 양심을 저버리고 낯선 남자의 욕구를 해소하는 도구로 전락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딴생각해? 혼 좀 나야겠어.” 귓가에 거친 숨소리가 들려왔고 말투는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입술을 깨물고 그를 껴안았다. “혼낼 수는 있어요?” 암흑 속에서 침묵이 이어졌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억울한 듯 흐느꼈다. “형부, 왜 이제 와요? 절 버린 줄 알았잖아요.” 그는 일어나서 침대에 앉더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려고 했다. “담배 피지 마요. 심장에 안 좋아요.” 내가 말리자 고개를 돌려 어둠 속에서 노려보았다. “양심 없이 도망갈 때는 언제이고 이제 와서 내 걱정해? 일찌감치 죽으면 오히려 더 잘 된 거 아니야?” 나는 그의 입을 틀어막고 서둘러 말을 끊었다. “헛소리하지 마요. 그럴 리 없어요. 제가 죽게 만들지 않을 거예요. 다시는 형부랑 헤어지기 싫어요. 우리 천년만년 같이 살아요.” 이강현은 내 손을 뿌리치더니 콧방귀를 뀌었다. 누가 봐도 의심하는 모습이었다. “몰래 김정훈이랑 바람 피우고 그런 말 하는 게 양심에 찔리지도 않아?” 나는 어리둥절했다. “전부 연기에 불과했다는 걸 알고 있잖아요.” 잠깐의 침묵을 끝으로 자조적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런 영상을 보고 섣불리 판단할 수 없었어. 만약 가짜라면 이유가 뭔지 얘기해. 하지만 진짜라면 널 죽여버릴 거야.” 그는 배신당하는 걸 용납하지 못했다. “형부, 사실 아니에요.” 나는 입술을 깨물고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형부의 마음속에 대체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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