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이강현이 불을 켜자 상처투성이가 된 몸이 훤히 드러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멍이 들었고 마치 흠씬 두들겨 맞은 듯싶었다. 게다가 백옥 같은 피부 때문에 더 눈에 띄었다.
“왜 이래?”
그는 굳은 얼굴로 상처를 꼼꼼히 살폈다.
나는 마치 죄를 지은 아이처럼 고개를 숙였다.
이강현이 다정한 목소리로 달래주었다.
“세아야, 난 네 남자니까 걱정하지 말고 얘기해. 윤아린 때문에 생긴 상처 맞아?”
지금 이 순간 만큼은 모든 게 뒷전이며 오로지 나밖에 없었다.
출국을 선택한 이유는 그가 아직 윤아린에게 마음이 남아있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소꿉친구와 완전히 인연을 끊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확실한 마침표였다.
윤아린뿐만 아니라 윤호철과 경수지는 물론 윤씨 가문 전체를 풍비박산하게 할 작정이다.
“뺨만 맞았어요. 상처는 윤아린의 부모님이 사람을 시켜서 때린 탓에 생긴 거예요.”
전부 진짜 상처였고, 부탁해서 얻어맞을 때 이를 악물고 버텼다.
이렇게 해야만 동정심을 유발해 윤아린을 향한 남은 정까지 지울 수 있었다.
“형부를 찾아갈까 생각했는데 용기가 안 났어요.”
나는 훌쩍이며 그의 품에 안겼다.
“거짓말해서 미안해요. 다 제 탓이에요.”
그는 생각에 잠기더니 아무 말 없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이미 지나간 일이야. 너무 자책하지 마. 네 탓 아니야. 그때 내 곁에 나타나 줘서 고마워.”
아마도 내가 윤씨 가문 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낸 듯싶었다.
그런데 신경 쓰지 않았고 추궁할 생각도 없는 것 같았다.
새벽이 되자 나는 울다가 잠든 척 누워 있었고, 그에게 안겨 전용기에 올라탔다.
그러고 나서 진짜 잠이 들었다.
외국에 있는 동안 조마조마한 나날을 보냈고, 이강현이 찾으러 오지 않을까 봐 걱정했다.
이제 내 앞에 나타났으니 목적을 이뤄 비로소 안심하고 잠이 들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 이미 국내에 도착했다.
늦은 밤,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는 곧장 윤씨 저택으로 향했다.
“형부, 저 너무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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