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화
이강현이 갑자기 나에게 성큼 다가왔다. 그의 거대하고 위압감 있는 실루엣이 나를 완전히 집어삼켜 버렸다.
“나는...”
나는 입술을 달싹이며 뭐라도 말을 해보려 했지만 저도 모르게 말끝이 흐려졌다.
그때였다. 윤아린이 또 한 번 치명타를 날렸다.
“아, 맞다. 쟤 수술도 했더라? 혼전순결인 척하더니... 이미 순결 따윈 버린 애야. 설마 너한텐 처음인 척 한 거 아니지?”
윤아린은 한껏 우쭐해진 얼굴로 병원 자료를 이강현에게 내밀며 확인해보라고 부추겼다.
“꺼져.”
이강현은 분노 어린 얼굴로 윤아린을 노려보았다.
그 엄청난 기세에 지레 겁먹은 윤아린은 한 발 뒤로 물러서더니 이내 나에게 시선을 옮겼다.
“정세아, 넌 정말 인생 자체가 거짓말이네. 역겨워서 토 나올 것 같아.”
“너, 정말 처음 아니었어?”
이강현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었다.
이미 다 드러난 사실 앞에서 그 어떤 변명을 해봤자 의미 있을 리 없었다.
그때, 이강현이 내 목을 꽉 움켜쥐었다. 그의 손에 힘이 들어있지는 않았지만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정세아, 다 거짓말이라고 해, 제발.”
“거짓말 아니에요. 다 사실이니까.”
나는 눈을 꼭 감았다. 내 눈에서 떨어진 눈물이 이강현의 손등 위로 또르르 흘러내렸다.
속으로는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생각들을 정리하기에 바빴다. 윤아린과 김정훈이 이렇게까지 치밀하게 준비했을 줄은 예상도 못 했다. 어쨌든 빠져나갈 방법을 찾아내야만 했다.
“정세아,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강현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갔다. 내 목을 잡은 그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정말 나를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숨이 점점 막혀오더니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대로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러다 이강현은 갑자기 손에 힘을 풀고 나를 거칠게 밀쳐냈다.
미련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살인만은 하고 싶지 않았던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정세아, 그 더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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