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화
윤아린도 자리를 떴다. 아마도 내가 이강현에게서 버림받은 지금은 노려 다시 잘 해보려는 속셈 같았다.
나는 바닥에 쪼그려 앉아 두 손으로 스스로를 꼭 끌어안은 채 천천히 눈을 감았다.
내 이름은 정세아, 고아였다.
어릴 적부터 나를 돌봐줬던 오빠가 있었다. 이름은 정재현.
겨우 네 살 위였지만, 그는 언제나 나를 보듬어 주는 어른이자, 유일한 가족이었다.
그런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건 어쩌면 너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쉽게도 정재현은 나를 그저 친동생으로만 여겼다.
어릴 때는 나중에 오빠랑 결혼할 거라는 말을 하면 그도 웃으며 받아주곤 했다.
하지만 내가 열여섯이 되었을 때부터, 그는 나를 피해 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성인이 되어 대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도 나는 꾸준히 정재현과 결혼하고 싶다며 졸라댔다.
정재현은 그때부터 얼굴을 붉히며 솔직한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드디어 그 역시 나를 동생이 아닌 여자로 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정재현은 끝까지 고집스레 내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
“세아야, 넌 아직 어려. 더 많은 사람을 만나봐야지... 결혼은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랑 해야 하는 거야.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해봐.”
내가 신중하게 선택하지 않았다는 건가? 하지만 날 키운 사람은 정재현이었다.
정재현은 나에게 유일한 친구였고, 어른이었고, 애인이었다.
그가 자꾸 나를 피하기 시작하자 나도 화가 치밀어올라 반쯤 체념했다.
그리고 대학교 2학년, 내가 스물한 살이 되던 밤, 나는 술에 취한 정재현을 덮쳤다.
그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몸 둘 바를 몰라 하면서도 나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
우리는 동사무소에 찾아가 혼인신고부터 올리고 결혼식 자금을 모으며 성실히 미래를 준비해나갔다.
정재현과 연애를 시작하자 그는 전보다 나를 더욱 아껴줬다. 졸업하자마자 바로 결혼하자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하며 나를 안심시켜줬다.
나는 웨딩드레스를 볼 때마다 정재현과 결혼하는 날을 상상하곤 했다.
잔혹한 세상이 나에게 수많은 시련을 안겨줬지만, 정재현을 만난 것 하나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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