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그날 밤, 나는 김정훈의 파트너로 이씨 가문에서 주최하는 연회에 참석했다.
김정훈과 함께 나타나자 모두가 깜짝 놀란 듯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김정훈은 건들건들한 태도로 태연하게 나를 이끌더니 인파를 뚫고 지나갔다.
“세아야, 너 요즘 꽤 유명하겠다... 처음엔 이강현, 이제는 나까지. 노정에서 제일 잘 나간다는 남자는 다 너한테 껌뻑 넘어갔잖아.”
나는 그에게 팔짱을 끼고 한쪽 구석으로 걸어가며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우리 그렇게 친한 사이 아닌 것 같은데요. 그런 식으로 막 부르진 말죠,”
“아직도 안 친하다고? 우리 이미 스캔들도 났고, 한 침대에서 몸 부대끼며 자기까지 했는데?”
김정훈의 말에 나는 차갑게 그의 팔을 뿌리쳤다.
그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삭 걷히더니 이내 낮게 깔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도 윤아린한테 마음 없었어... 그냥 이강현이 부러웠던 거야. 집안도 짱짱한데 오랜 소꿉친구까지 있잖아.”
“지금이라도 물러나, 정세아. 아직 안 늦었으니까.. 이강현 마음 갖고 도박하지 마. 넌 못 이겨.”
김정훈은 다시 한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너도 나랑 사귀는 거 후회 안 할걸? 너도 생각이란 걸 좀 해 봐.”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2층에서 훤칠한 키의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던 남자의 시선은 곧장 우리 쪽을 향했다.
며칠 못 본 사이, 그는 살이 빠진 것인지 얼굴도 핼쑥해졌고 안색 역시 창백해져 있었다. 약은 잘 챙겨 먹은 것인지, 오빠에게서 받은 심장을 혹사 시킨 건 아닌지 괜히 걱정되었다.
윤아린은 마치 의지할 곳 없는 사람처럼 이강현의 곁에 매달려 있었다.
제멋대로이던 윤아린은 이강현의 사랑을 한껏 받던 공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이강현의 마음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향할 수도 있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나를 발견한 윤아린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일부러 이강현의 팔을 끌며 다가왔다.
얼굴에는 얄밉게도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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