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0화
유연서는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까처럼 소유나를 부추기던 당당한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말 한마디 없이 고개조차 들지 못했다.
낯선 남자들 앞에서는 어느 정도 눈치를 보는 성격이었으니까.
진우는 유연서 옆 소파에 서 있었다. 앉지도 않고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앞에 있는 남자 모델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진우는 검은 셔츠를 입고 있었고 부드럽기보다는 날카롭고 선이 깊은 얼굴이었다.
“지금 두 명뿐이네. 더 부를까?”
문지후가 다리를 꼬고 앉으며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 시선이 소유나에게 고정됐다.
소유나는 미간 하나 찌푸리지 않고 대답했다.
“좋아요. 부르세요.”
유연서는 그 순간 진심으로 도망치고 싶어졌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진 비서, 매니저한테 연락해서 남은 애들 전부 불러.”
문지후가 옆에 서 있는 진우에게 명령했다.
진우는 소유나를 흘끔 바라봤다.
그녀는 여전히 묵묵히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 눈빛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알겠습니다.”
진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방을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매니저가 돌아왔고 그 뒤로 남자들이 줄줄이 들어섰다.
룸이 그리 넓지 않았던 탓에 인원이 꽉 차자 숨통이 막힐 정도였다.
결국 그들은 마치 운동회 준비운동이라도 하듯, 소유나를 향해 일렬로 서 있었다.
다들 표정 없이 멍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럴 만도 했다.
남편이 바로 옆에 있는데 누가 감히 분위기를 띄우겠는가.
이건 명백한 트랩이었다.
유연서는 속으로 울고 싶었다.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벌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녀는 소유나를 곁눈질로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떻게 저 얼굴 하나 안 변하지...?’
“다 왔어?”
문지후가 진우에게 물었다.
“필요하면 더 부를 수 있다고 합니다.”
진우가 짧게 보고했다.
“그럼 너는 어때?”
문지후의 시선이 소유나에게 옮겨졌다.
소유나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유지했지만 속은 이미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
문지후가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단지 사람이 너무 많아서 민망할 뿐이었다.
“이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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