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6화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소유나는 주지환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알아차렸다.
“이렇게 오래 일하면서 제대로 쉰 적도 없으니까 이번 기회에 그냥 긴 휴가 냈다고 생각할래요. 나중에 다시 일하고 싶으면 그때 가서 일자리 구하면 되죠.”
“그래도 지금까지 회사에서 쌓아온 성과는 누구도 부정 못 합니다. 아니면 차라리... 다시 경운시로 돌아오는 게 어떠세요?”
소유나는 이미 지쳐 있었기에 그와 대화할 힘도, 의지도 남아 있지 않았다.
“고마워요. 하지만 제 일은 주지환 씨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이만 끊을게요.”
그녀는 주지환에게 더 말할 틈조차 주지 않고 통화를 끊어버렸다.
잠시 후,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방금 하신 거절, 받아들였고 포기했지만 일에 관한 건 진심으로 도와주고 싶습니다. 소유나 씨가 경운시로 돌아오기만 한다면 언제든 일할 자리가 준비돼 있으니 연락주세요.]
소유나는 그 메시지를 힐긋 쳐다보만 보고 곧장 핸드폰을 꺼버렸다.
‘어차피 대답이 없는 것도 대답이니까.’
집 앞에 도착했지만 그녀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자만했던 것도 아닌데 설마 자신이 해고당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리고 이른 시간에 집에 들어오니 텅 빈 마음은 더 허전해졌다.
일을 잃은 건 이별보다 더 쓰라렸다.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팔로 스스로를 감싸안으며 한숨을 내뱉었다.
곧, 동료들이 하나둘 위로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어차피 결국은 다 같은 운명일 거예요. 먼저 도망친 게 나쁜 것도 아니죠.]
그 말들이 차라리 위안이 됐다.
사실 미련이 남은 건 아니었지만 그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을 뿐이었다.
오후 4시 50분, 문지후에게서 문자 한 통이 왔다.
[회사 앞인데 어디야?]
그 메시지를 보자마자 소유나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오늘 야근이야?”
문지후가 먼저 물었다.
보통 야근이면 그녀는 전화를 걸었고 아니라면 메시지를 보냈다.
“저 지금 집이에요.”
“어느 집?”
그 순간, 차 시동 켜지는 소리가 들렸다.
“제 집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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