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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집 현관까지 들어섰다. 허진서는 손을 뻗어 문을 짚고 지문을 대자 문이 열렸다. 장은미는 현관 밖에 서서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큰 형님. 그럼 일찍 쉬세요. 전 먼저 가볼게요.” “들어와서 잠깐 앉지도 않을래요?” 허진서가 고개를 돌려 물었고 장은미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뇨. 괜찮아요.” 장은미에게 허진서는 여전히 낯선 사람이었다. 몇 번 마주친 적은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었고 남자친구가 세 들어 사는 집조차 거의 가본 적이 없는 그녀였다. 장은미의 어머니는 늘 장은미한테 여자는 자신을 아껴야 하고 가능하다면 남자와 단둘이 있지 말라는 가르침을 주었다. 심지어 남자 친구와도 일정한 선을 지켜야 한다. 허진서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그 경계심이 어이없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근데 장은미 씨. 알죠? 지금 그런 방어심 사실 소용없다는 것을요.” “네?” 장은미는 눈을 크게 뜨며 어리둥절해했다. 허진서는 몸을 돌려 장은미를 똑바로 응시하며 한 걸음씩 다가갔다. 장은미는 긴장해 심장이 쿵쾅거렸다. 무엇을 하려는 건지 몰라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문은 이미 닫힌 뒤였다. “허... 허 변호사님. 뭐 하시는 거예요?” 장은미는 벽에 등을 붙인 채 더는 물러설 곳이 없었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만약 내가 뭔가를 하려고 했다면 아까 차 안에서도 기회가 있었고 엘리베이터에서도 망칠 데가 없었어요. 지금처럼 여기 서 있는 순간 내가 어떻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거예요.” 허진서는 그녀의 귓가에 손을 짚고 몸을 가까이했다. 장은미의 머릿속이 복잡했고 두려움에 사로잡혀 눈앞의 이 신사적인 남자가 갑자기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린 게 믿기지 않았다. 허진서는 그녀가 겁에 질려 얼굴이 새하얘진 걸 보고 마음속에 스친 충동적인 생각을 억누르며 물러섰다. 그리고 담담하게 말했다. “방어심을 가진 건 좋아요. 하지만 타이밍이 너무 늦었어요.” 장은미는 여전히 벽에 기대선 채 목을 간신히 삼키며 긴장을 풀지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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