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56화

유연서는 얼굴을 찌푸렸다. “결혼에 먼저 끌어들인 건 네 쪽이야. 진우 씨가 시간을 주고, 이혼 여부도 네게 맡겼잖아. 먼저 적극적이었던 건 분명 네 쪽이었어. 지금도 그래. 진우 씨는 진지하게 대하는데, 넌 그걸 부담으로만 받아들이고 있어. 그게 예민한 게 아니면 뭐겠어?” 유연서의 표정은 점점 무거워졌다. “나, 그렇게 부족해 보여?” “이해해. 네가 보기에 진우 씨는 감정도, 돈도 더 많이 쏟아내잖아. 그러니 네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지.” 유연서가 한숨을 내쉬었다. “맞아. 그래서 불공평하단 생각이 들어.” “근데 넌 자꾸 네 입장만 얘기하잖아. 정작 진우 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어. 지금 네가 해야 할 건 새집 꾸미고, 하루빨리 이사 들어가서 살림을 꾸려나가는 거야.” 예전에는 유연서가 소유나에게 잘살아 보라며 타이르곤 했는데, 이제는 완전히 입장이 바뀌어 있었다. “나랑 너…” 유연서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왜 그래?” 소유나가 고개를 갸웃했다. 유연서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우린 결국,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과 결혼했네.” 소유나는 굳이 부정하지 않았다. “그냥 남자 친구 사귄다고 생각해. 다만 합법적인 거지.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 덜 무겁잖아. 넌 내가 왜 아직도 지후 씨랑 같이 지내는 줄 알아?” 유연서는 대답을 기다렸다. “잘생겼거든.” 소유나는 태연하게 웃었다. “다시 다른 사람 찾는다고, 꼭 지후 씨보다 나을 거란 보장 없어. 진우 씨도 괜찮잖아. 체격 좋고, 얼굴도 괜찮고. 네 주변에 그런 조건 가진 사람 있었어?” “없었지.” 유연서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소유나는 그녀의 손등을 톡 치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냥 살아봐. 나 봐, 잘만 살잖아.” 유연서는 마침내 미소를 지었다. “그러네. 돈도 있고, 얼굴도 괜찮은데, 내가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했담.” “그렇지.” 소유나는 그녀의 손을 끌어 침구류 코너로 향했다. “신혼집에 이사 들어가는 거니까, 내가 선물 하나 해줄게. 결혼은 뭐니 뭐니 해도 핑크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