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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9화

소유나는 안서영처럼 우아하고 고상한 여자가 그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너와 지후 사이에는 원래 사랑이라고 할 만한 게 없었잖니. 나도 너희 둘의 관계가 감정으로 유지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 만약 네가 지후와 이혼하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해.” “어머님 말씀은 저에게 지후 몰래 남자를 만나라는 말씀인가요?” 소유나는 믿을 수 없었다. 안서영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가 예전에 지후와 결혼하겠다고 승낙했을 때 내가 돈을 주겠다고 말했지. 지금 네가 지후와 이혼하면 여전히 돈을 줄 거야. 유나야, 여자는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얻을 수 있어.” 소유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예전에 지후와 결혼한 것도 적지 않은 보수를 보고 한 거잖아요?” 안서영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아름다운 눈에는 희미한 조롱이 떠올랐다. 소유나는 안서영이 늘 온화하고 순수하며 착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이제야 그녀의 본모습을 제대로 알게 된 셈이다. “설마 정말 사랑 때문이었을 리는 없겠지.” 안서영의 말투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어머님 말씀이 맞아요.” 소유나는 억지로 상황을 바꾸려 해도 달콤한 참외가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녀와 문지후 사이에는 진정한 감정이라는 지지대가 없었다. 감정적 기반이 없는 그들의 결혼은 원래부터 위태로웠다. 안서영은 한정판 가방에서 수표를 꺼내며 말했다. “네가 이혼만 한다면 여기 있는 60억 원은 네 것이 될 거야. 열흘 안에 언제든 바꿔 쓸 수 있어.” 소유나는 수표를 뚫어져라 바라보았고 자신이 수표를 직접 보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돈으로 남자를 떼어놓으라는 강요를 받는 기분도 이상하게 나쁘지만은 않았다. 열흘이 지나자 안서영은 정말 조바심이 난 듯 보였다. “좋아요.” 소유나는 수표를 받아 들고 웃으며 승낙했다. 안서영은 그녀가 수표를 받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소유나가 받자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사실 나는 네가 꽤 마음에 들었어. 인연이라는 것도 먼저 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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