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3화
소유나는 더는 문지후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 감정 문제에 있어 조금의 여지도 남기지 않았다.
괜히 관계를 이어 갔다가 불필요한 시선과 뒷말을 받는 건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미련을 끊지 못하는 것만큼 위험한 감정도 없었다.
그리고 이번에 벌어진 일은 그 생각을 더 굳혀 주었다.
백서윤이 저지른 일은 분명한 경고였다.
남자에게 매달리거나 목숨까지 걸 이유 따위는 없다는 사실을, 다시금 뼈저리게 깨닫게 해준 것이다.
——
안서영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소유나는 문지후가 끝내 사실을 제대로 말하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그녀는 하이힐을 신고, 손에 커피를 든 채 약속 장소로 향했다.
안서영은 소유나를 보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
“임신했으면 힐은 삼가고, 커피도 끊어야지.”
“어머님, 오해하셨어요.”
소유나는 미소를 띠며 고개를 저었다.
“저, 임신 안 했습니다.”
“뭐라고?”
소유나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덧붙였다.
“임신 같은 거 안 했다고요. 지후 씨가 속인 거예요.”
안서영은 눈을 크게 뜬 채, 충격에 몸을 저도 모르게 뒤로 물렸다.
“어머님... 아니, 사모님. 저와 지후 씨는 이미 끝난 사이예요. 앞으로는 저를 찾지 않으셔도 됩니다.”
소유나는 공손하면서도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흔들림 없는 태도 속에는 문씨 가문과의 모든 끈을 잘라내려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나 있었다.
안서영은 그제야 그녀의 말이 농담이 아님을 깨달았다.
“너희 예전엔 잘 지냈잖니?”
“아니요.”
소유나는 시계를 흘깃 확인하곤 말을 이었다.
“죄송하지만, 전 회사로 돌아가야 해요.”
그녀는 군더더기 없는 발걸음으로 자리를 떠났다.
“버릴 건 버리고, 끊을 건 끊는다.” 그것이 그녀의 신념이었다.
처음엔 쓰라리지만, 해내고 나면 오히려 몸과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물건이든, 감정이든 다르지 않았다.
——
“끊어야 하는 건 끊는 게 맞지.”
유연서는 이야기를 들은 뒤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나라도 화났을 거야.”
소유나는 프라이팬 위에서 스테이크를 굽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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