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2화
정말 고마움이란 걸 모르는 인간이었다. 그가 소유나가 여기 있을 거라 눈치채지 못했다면, 얼굴 한번 볼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강희남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약혼자가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문지후가 그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자, 그는 끝내 반박할 말조차 잃고 말았다.
문지후는 그가 입을 다물자 기분이 한결 시원해졌다.
두 사람은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었지만, 각자 다른 생각에 잠긴 채 눈앞의 풍경조차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편, 위층의 식탁은 이미 깨끗이 비워졌다. 소유나와 연지은은 오래도록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저녁에 위 아프면 어떡하지?”
소유나는 그제야 불안해하며 물었다.
“집에 위장약 있어.”
연지은이 입술을 닦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두 사람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둥근 달을 올려다보았다. 배도 부르고 목도 축였으니, 이제는 몸을 움직일 의욕조차 사라진 듯했다.
“나 내일 돌아갈 거야.”
“그래. 11월에 다시 오면 되지.”
“응.”
잠시 후, 연지은이 고개를 돌려 물었다.
“너, 그 사람하고 다시 만날 거야?”
소유나는 한참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찾아오면 네가 마음 약해질 거라고 생각했어.”
“난 아직 내가 뭘 원하는지조차 모르겠어. 그저 그 사람이 찾아왔다고 해서 따라가고 싶진 않아.”
그녀는 하늘에 둥실 떠오른 달을 바라보며 씁쓸히 웃었다.
“한 번 잘못 든 길을 다시 되밟는다면, 그만큼 비참한 일도 없을 거야.”
“가끔은 그 설렘이 순간의 흔들림이었는지, 아니면 진심이었는지조차 헷갈려. 내 마음은 좀처럼 뜨거워지지 않는 것 같아. 그 사람은 충분히 잘해줬는데, 아마 내가 욕심이 지나치거나, 만족을 모르는 걸지도 모르지.”
소유나는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결혼이란 것도 겪어봤는데 좋지도 나쁘지도 않더라. 결혼한 사람치고 이혼을 한 번도 상상해보지 않은 사람 있을까? 싸우고, 달래고, 그러면서 또 살아지는 게 결혼이지.”
“대부분은 그렇게 하루하루 다투고 화해하면서 늙어가는 거야. 나도 언젠가 그런 식으로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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