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3화
다음 날.
소유나는 짐을 모두 챙겨두었다. 돌아가는 비행기표는 이미 오래전에 끊어둔 상태였다. 전날 그렇게 매운 음식을 잔뜩 먹었는데도 다행히 몸은 별 탈이 없었다.
연지은이 공항까지 배웅해 주기로 했다.
“그 사람은 안 가?”
가방을 들고 2층을 내려오던 소유나가 안쪽을 흘끗 보며 물었다.
연지은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너도 몸 조심해.”
“날 어쩌지는 못할 거야.”
연지은이 웃으며 물었다.
“혹시 빠뜨린 건 없어?”
“없어.”
둘은 함께 계단을 내려왔다.
소유나는 조수석 문을 열고 가방을 뒷좌석에 올린 뒤 앉았다. 연지은도 차에 오르려던 찰나, 문지후가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문지후 씨 이쪽으로 오고 있어.”
“저도 공항까지 가는데, 괜찮다면 같이 타도 될까요?”
문지후는 예의 바르게 물었다.
연지은은 소유나를 바라보았고 그녀는 별 반응이 없어 보였다.
“타세요.”
연지은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문지후가 뒷좌석에 오르자, 소유나는 가방을 다시 품에 끌어안았다.
차 안은 잠시 묘한 정적에 잠겼고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
한참 달리다 연지은이 입을 열었다.
“돌아가서 행복하게 지내.”
“응.”
“답 안 나오는 일은 괜히 붙잡지 말고 그냥 흘려보내.”
“알겠어.”
소유나는 웃으며 되물었다.
“또 뭐 당부할 거 있어?”
연지은은 피식 웃었다.
“너 나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똑똑한데, 내가 뭘 당부하겠어. 그냥 몸 잘 챙겨.”
“너도.”
겉으로 보면 그냥 친구 같았지만 두 사람의 관계는 남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복잡했다.
남이었다면 진작 의절했을 사연이었다. 친구로 지낼 수는 있어도 부모 세대의 일만큼은 도저히 용서하거나 받아들일 수 없었다.
연지은은 마음속 깊이 늘 소유나에게 미안했다. 어머니가 사랑을 찾은 걸 탓할 수는 없지만, 결국은 남의 가정을 깨고 한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간 결과를 낳았으니 잘못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건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그들은 가벼운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문지후는 마치 공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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