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5화
“날 속이는 거지.”
대체 뭘 속였다는 건지, 소유나는 어이가 없었다.
문지후는 문 앞에 서서, 마치 세상 가장 큰 배신이라도 당한 듯한 얼굴로 그녀를 똑바로 노려보고 있었다. 재산을 잃은 것도, 성추행을 당한 것도 아닌데, 눈빛은 아주 처절했다.
소유나는 입술을 달싹이다 말았다.
“더는 이런 얘기 하고 싶지 않으니까 얼른 비켜요.”
그는 힘을 풀지 않았고 여전히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제발 좀 유치하게 굴지 마요. 나 밥 먹을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싫어진 거야?”
“맞아요. 싫어졌어요, 됐죠?”
소유나는 문을 힘껏 닫으려 했으나 그는 끝까지 버텼다.
“그럼 그동안 우리가 만난 시간은 뭐였는데?”
“그냥 과거였죠.”
소유나는 몸으로 문을 밀었으나 남자의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그녀가 얼굴이 붉어지도록 애써도 문은 쉽게 닫히지 않았다. 팽팽히 맞서던 순간, 그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소유나는 이번엔 그가 손을 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벨소리가 집요하게 이어져도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문지후는 원래 자존심 강한 사람이었다. 거절당하면 냉정하게 등을 돌리는 게 그의 방식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분명히 선을 그었는데도 그는 물러서지 않았다.
“전화와요.”
“당신이 신경 쓸 일 아냐.”
“...”
그녀는 그저 얼른 문을 닫고 밥을 먹고 싶었다.
“도대체 뭘 원하는데요?”
“당신은 정말 나한테 감정이 단 한 조각도 없는 거야?”
“없어요.”
문지후의 눈가가 벌겋게 물들었다. 손등의 핏줄이 도드라졌고 억눌린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하...”
그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씁쓸하게 웃었는데 눈동자에 옅은 물기가 어린 듯했다.
“당신이 나보다 더 독하네.”
소유나는 그의 어떤 말에도 이제 흔들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마침내 문지후가 손을 거두었다.
문이 닫히자, 소유나는 등을 문에 기댄 채 한숨을 토해냈다. 그의 젖어 있던 눈가가 떠올라 순간 가슴이 저릿했지만 그것때문에 쉽게 흔들리고 싶진 않았다.
배가 고팠는데, 이제는 식욕조차 사라졌었다.
그때,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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