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8화
장은미를 향한 그리움이 걷잡을 수 없이 치밀어 올라, 허진서는 휴대폰을 켜고 그녀의 번호를 눌렀다.
“여보세요?”
늘 그렇듯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그 순간 허진서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뭐 해요?”
“방금 엄마 뵙고 오는 길이에요. 이제 집에 가려고요.”
“괜찮아요?”
“네, 엄마는 괜찮으세요.”
“은미 씨 얘길 한 거였는데 요즘은 어때요?”
그녀의 남자 친구가 바람을 피웠다는 걸 알고 있기에, 허진서는 그녀가 언제쯤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늘 신경 쓰고 있었다. 원래라면 직접 가서 지켜주고 싶었지만, 사건에 휘말려 시간이 도무지 나질 않았다.
“전 잘 지내요.”
“그럼 됐네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무슨 일 때문에 전화한 거예요?”
“그냥 은미 씨 목소리 듣고 싶어서요.”
“아...”
허진서는 의자에 몸을 기댔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고른 호흡 소리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졌고 그녀가 전화를 받아줬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변호사님, 무슨 일 있죠?”
장은미는 예민하게 눈치챘다.
허진서는 웃으며 안경을 벗었다.
“네. 듣고 싶어요?”
“말할 데 없으면, 저한테 하셔도 돼요.”
“은미 씨가 보고 싶네요.”
짧은 침묵이 흘렀다. 허진서는 순간 겁이 났다. 지난번처럼 이 말 때문에 그녀가 거리를 두게 될까 봐. 급히 다른 말로 덮었다.
“그러니까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만약 자매가 똑같은 남자를 사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네? 그런 일도 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흔들렸다.
“네.”
“글쎄요... 결국 남자가 누구를 택하느냐에 달렸겠죠.”
“근데 남자는 동생을 좋아해요. 그런데 언니도 그 남자를 사랑하고 있으면요?” 허진서는 괜히 운전대를 긁적이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럼 자매 사이가 틀어지겠죠.”
장은미는 잠시 생각하더니 차분히 답했다.
“그 자매는 원래 사이가 좋았어요?”
“언니가 이미 죽었어요.”
“뭐라고요?”
장은미는 깜짝 놀라며 숨을 들이켰다.
전화기 너머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소리가 들렸고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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