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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다녀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문씨 가문 도우미들이 그녀를 보자마자 인사했다. “작은 사모님.” 소유나는 가슴이 살짝 떨리며 어색하게 대저택 안으로 들어섰다. 넓은 거실에는 문지후와 안서영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안서영의 눈빛은 아들을 바라보며 다정하고도 애틋했다. 소유나는 그런 모자의 분위기가 몹시 부러웠다. 그녀의 기억 속에서는 저런 따스한 장면이 이미 희미해져 있었으니까. “유나야, 이리 와서 앉아.” 안서영이 손짓했다. 그 부름에 소유나는 잠시 친엄마가 웃으며 자신을 부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마음속 슬픔을 눌러 담고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안서영은 그녀를 문지후의 옆에 앉히려고 했다. 문지후가 자신을 꺼린다는 걸 잘 알지만, 소유나는 시어머니의 시선을 의식해 살짝 미소 지으며 그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두 사람 정말 잘 어울린다. 이만한 금슬도 없지.” 안서영은 흐뭇하게 바라봤다. 문지후는 굳은 얼굴 그대로였다. 소유나는 수줍게 웃었다. “지후야, 유나는 참 괜찮은 아가씨야. 이제 네 아내인 만큼 잘 대해 줘야지.” 문지후는 무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안서영은 곧 소유나에게 시선을 돌려 손을 내밀었다. 소유나는 재빨리 일어나 그 손을 잡았다. 안서영은 팔을 끼고 다정히 말을 건네며 그녀를 2층으로 데려갔다. 문을 닫자 안서영은 손을 놓으며 부드럽지만 거리를 둔 목소리로 물었다. “너랑 지후, 같이 살지 않는다고?” 소유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게 말이 돼? 같이 지내야 정이 들지 않겠니?” 소유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감정을 키우라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을 한집에 묶어 아이부터 보려는 거라고 말이다. 문씨 가문이 지금 서둘러 그에게 짝을 찾아준 것도 결국 대를 잇기 위해서일 테니까. 속내를 알면서도 소유나는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지후 씨는 저랑 결혼한 걸 뒤늦게 알았어요. 아직 저를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억지로 함께 살면 더 미워할 거예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요, 노력할게요.” 소유나는 안서영을 달랬다. “이미 결혼했으니 잘 살고, 아이도 낳아서 가정을 완성하고 싶어요.” 그녀의 공손한 태도에 안서영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참 속이 깊구나. 우리 문씨 가문의 핏줄만 이어 준다면 절대 서운하게 하지 않을 거야.” 소유나는 얌전하게 웃었다. “오늘 밤은 여기서 자고 가.” 안서영이 단정하듯 말했다. 소유나는 순간 웃음이 굳었지만 안서영은 못 본 척 미소를 짓고 있었다. “기회는 만드는 거야, 힘내.” 어색한 미소를 짓던 소유나는 곧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지후 씨가 따를 리 없지.’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소유나는 문지후가 먼저 자리를 뜨기만을 기다렸다. 그런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소유나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잠시 뒤 도우미가 과일을 내오자 안서영이 미소 지으며 건넸다. “이걸 들고 올라가서 지후랑 같이 먹어.” 소유나는 접시를 받아 들고 얌전히 답했다. “네.” 그녀는 계단을 오르며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 방문 앞에 서서 손을 들어 노크했다. 문이 열리자 창백한 얼굴의 문지후가 무표정한 눈으로 서 있었다. “여보.” 소유나는 살짝 애교 섞인 목소리로 불렀다. 그의 얼굴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소유나는 과일 접시를 들어 고개를 기울이며 반짝이는 눈으로 웃었다. “과일 드세요.” 계단 모퉁이에 어머니 그림자가 비치는 걸 본 그는 문을 열어 주었다. 문이 닫히자마자 문지후는 소유나를 벽으로 거칠게 밀쳤고, 씻어 둔 체리가 바닥에 흩어졌다. 두툼한 니트를 입었지만 등이 벽에 부딪혀 욱신거렸다. 소유나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서늘한 눈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손이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 그의 힘을 감당할 수 있는지 아닌지는 안중 밖이었다. “이렇게까지 애쓰는 이유가 뭐지?” ‘역시 변태는 변태야. 아닐 거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거였어.’ 그가 목을 조여 오자 소유나는 숨이 막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문지후는 그녀의 눈가가 벌겋게 물들고 촉촉해진 모습을 보고서야 손을 풀었다. 소유나는 몇 차례 거칠게 기침한 뒤 겨우 숨을 고르고 과일 접시를 그에게 내밀었다. 문지후는 미간을 더 깊게 찌푸렸다. 이렇게 돼서도 접시를 꼭 들고 있다니 참 어리석었다. “어머님이 과일 많이 먹으라고 하셨어요. 몸에 좋대요.” 소유나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가 접시를 받자 그녀는 벽을 따라 주저앉아 가슴을 감싸 쥐었다. 심장이 손바닥 아래서 미친 듯 뛰었다. 문지후는 자신이 그렇게 힘을 썼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반응에 순간 자신이 과했나 싶었다. 소유나는 힘없이 웃었다. “내가 지후 씨한테 뭘 할 수 있겠어요? 꿍꿍이가 걱정되면 계약서를 쓰죠. 지후 씨 것에는 손도 안 대요.” 문지후는 그녀를 위에서 내려다봤다. 소유나는 턱을 살짝 들어 촉촉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번만큼은 진심 같았다. “알겠어. 그러면 내 모든 게 이제 너랑은 상관없어.” “그럼 나 지후 씨를 좋아해도 되나요?” 소유나는 눈망울을 반짝이며 그를 바라봤다. 촉촉한 눈빛에는 애틋함과 동시에 조심스러움이 어렸다. 문지후는 갑자기 흥미가 생겼다. 방금 하준명과 끝내더니, 이름도 몰랐던 남자와 결혼하고서는 이제 자신에게 사랑을 묻다니 말이다. 문지후는 천천히 몸을 낮춰 시선을 맞췄다. “유나 씨, 가면이 몇 개나 되지?” “...” “시한부인 남자를 사랑한다니, 내가 죽으면 따라 죽을 생각인가?” 그의 말끝에는 독기가 스며 있었다. 소유나가 멍하니 굳어 있자 문지후는 냉소를 흘렸다. “이혼이 싫다니 그대로 두지. 목적이 뭐든 나한테 유나 씨는 이름 하나일 뿐이야.” 가까운 거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병적인 기운과 강한 압박감에 소유나는 숨이 가빠졌다. 문지후가 일어서서 내려다봤다. “유나 씨 신분은 밖에서 절대 말하지 마. 문씨 가문과는 무관해.” 소유나는 조용히 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오래 갈 결혼도 아니었다. “오늘 밤은 좀 불편해도 참아야겠네요.” 그녀는 물기 어린 눈으로 가볍게 깜빡였다. “어머님이 우리가 같이 지내길 바라셔서요.” 문지후는 등을 돌렸다. “침대만 빼고 어디서 자든 마음대로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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