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화
젓가락을 내려놓고 더 이상 먹지 않기로 했다.
“안 먹어요?”
“다른 사람이 먹었던 걸 먹는 취향은 아니라서.”
누가 봐도 그냥 그녀를 싫어하는 태도라 소유나는 눈을 흘겼다.
...
오후에 회사에서 소유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한번 다녀가라고 했다.
소유나가 집을 나설 때 문지후는 컴퓨터를 들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햇빛이 정확히 그의 얼굴 윤곽을 뚜렷하게 비추며 남자가 날렵하고 멋진 오관으로 앉아있으니 그림이 따로 없었다.
그녀가 지금 집을 나서는 데 남자가 집에 있으니 왠지 내연남을 숨겨두는 기분이었다.
이 생각을 하자 소유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아마도 그녀의 시선이 너무 노골적이었던 탓인지 고개를 돌린 남자가 깊고 어두운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나 나가요.”
소유나는 목을 가다듬고 그에게 인사했다.
문지후는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시선을 컴퓨터 화면으로 돌렸다.
소유나는 입을 삐죽였다.
‘재미없긴.’
이런 내연남은 말도 안 듣고 다정하지도 않은데 잘생기지만 않았어도 진작 버렸을 거다.
문을 닫은 소유나는 계단을 내려가 택시를 타고 회사로 갔다.
회의는 몇 시간 동안 진행되었고 회의가 끝났을 때는 이미 날이 어두워졌다.
동료들과 함께 맨 뒤에서 걸어가며 상사에 대해 몇 마디 수다를 떨고 자리로 돌아가 물건을 정리했다.
휴대폰을 무음 상태로 설정해 두었더니 꺼내자마자 부재중 전화 두 통과 읽지 않은 카톡 몇 개가 있었다.
하나는 문지후의 전화고 다른 하나는 유연서였다.
카톡도 전부 유연서가 보낸 것인데 이성준이 구룡에 왔다며 그녀에게 식사 제안을 했단다.
소유나는 가방을 챙겨 들고 문지후가 아닌 유연서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회의 중이라 휴대폰을 안 가지고 갔어. 약속은 잡았어?”
소유나가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
“거절했는데 굳이 날 만나고 가겠대. 지금 주차 중이야.”
유연서의 말투에 짜증이 묻어났다.
“대체 왜 저렇게 매달리는 거지?”
소유나는 궁금했다.
“너한테 남자 친구 있다는 걸 알지 않나?”
“알지. 남자 친구도 같이 부르래.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