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0화
꽃향기는 그의 손끝이 움직일 때마다 더 진하게 퍼졌다.
소유나는 문지후가 꽃을 들고 있는 걸 보고 잠시 당황했다. 그가 이런 걸 사 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왜 안 들어가고 있어?”
문지후가 물었다.
“기다렸어요.”
소유나는 그가 들고 있는 꽃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건 뭐예요?”
문지후가 꽃을 건네며 말했다.
“어젯밤 일 끝내고 나니까 너무 늦어서 진서네 집에서 잤어. 아침엔 개랑 같이 거래처 하나 만나고 이제 들어오는 길이야.”
백서윤이 보낸 사진만 없었으면 정말 믿었을 텐데, 소유나는 그가 하는 말을 굳이 따지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요.”
소유나는 꽃을 받아 들고 집에 들어간 후 꽃병을 찾아 백합을 꽂았다.
“밥은 먹었어?”
문지후가 물었다.
“네, 먹었어요. 나 씻고 올게요.”
“응.”
소유나는 마음에 뭔가 얹힌 듯 답답했다.
굳이 따지고 들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걸 알기에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하지만 굳이 따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둘은 진짜 연인도, 부부도 아닌데 괜히 따지고 들면 그가 자기가 사랑받는 줄 착각할지도 모른다.
소유나는 샤워기 아래에서 한참 고민하다가 결국 마음을 정리했다.
그는 그냥 같은 집에 사는 룸메이트일 뿐, 남편처럼 대하면 괜히 스스로 괴로워질 뿐이다.
옷을 갈아입고 욕실 문을 여는 순간, 그녀는 깜짝 놀랐다.
문지후가 벽에 기대선 채 그녀를 보고 있었다.
“뭐예요? 왜 거기 있어요?”
문지후는 말없이 휴대폰을 꺼내 갤러리를 열었다.
화면 속에는 어젯밤 소유나가 홧김에 그에게 보낸 요염한 셀카가 있었다.
“이거 무슨 뜻이야?”
문지후의 목소리는 낮고 묵직했으며, 약간의 추궁이 섞여 있었다.
소유나는 그가 그렇게 대놓고 물어올 줄 몰랐다.
그녀는 쓸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유혹한 거죠. 아쉽게도 실패했지만.”
“왜 유혹했는데?”
“...”
소유나는 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걸까?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물었다.
“지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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