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9화
문자 하나, 한 장의 사진, 그걸로 소유나와 백서윤 사이의 기류는 완전히 전쟁 분위기로 바뀌었다.
이번 판은 소유나의 완패였다.
그녀는 문지후와 허진서를 속으로 욕하며 이를 갈았다.
그나마 덜 억울한 건 어차피 문지후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니까 크게 상처받을 이유도 없다는 점이었다.
그저 백서윤의 그 야비한 수작이 보기 싫어서 괜히 승부욕에 한번 맞서본 것뿐이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맞붙는다면 자신은 제대로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문지후 역시 그녀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소유나는 맥없이 침대에 누워 아까 올렸던 SNS 게시글을 지웠는데 지우고 나니 또 괜히 아쉬웠다.
왠지 스스로 민망해서 게시글을 지운 꼴이 되었으니 말이다.
백서윤은 지금쯤 얼마나 으쓱해하고 있을까.
소유나는 짜증이 치밀어 머리를 한 대 툭 쳤다. 정말 속이 뒤틀렸다.
이대로 질 수는 없었다. 무슨 수를 쓰든 한 판 만회해야 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그녀는 과감히 레이스 끈 슬립을 꺼내 입고 살짝 드러난 어깨에, 유혹 가득한 눈빛.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각도를 잡고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그 눈빛엔 말 그대로 욕망이 담겨 있었고 누구라도 단번에 끌릴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그녀는 그 사진을 문지후에게 바로 전송했다.
딱히 다른 건 바라지 않았다. 단지 문지후가 그 사진을 보기만 해도, 자기 승부는 다시 뒤집어지는 셈이니까.
그리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쿠팡에서 커플링을 골라 곧바로 결제까지 마쳤다.
백서윤 덕분에 소유나의 일상은 조금은 흥미로워졌다.
그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눈을 감았다.
사실 그녀는 애초에 문지후가 오늘 밤 돌아올 거라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역시나, 문지후는 돌아오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전날과 똑같이 정돈된 거실을 보고 소유나는 “개자식”이라 욕설을 뱉은 뒤 식빵과 우유를 챙겨 출근길에 나섰다.
현수혁은 더 이상 그녀에게 꽃도, 간식도 보내지 않았고 그녀의 삶은 다시 예전처럼 조용히 흘러갔다.
동료들은 그녀가 올린 그 남자가 누구냐며 궁금해했지만 소유나는 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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