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2화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지는 가운데 유송아는 바이올렌을 단단히 잡아쥐고 현을 눌렀다. 잔잔하면서도 풍부한 선율이 무대 위를 가득 채우며 흘러나오자 객석에 앉은 남자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무대로 쏠렸다. 청록빛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무대 위에서 고요히 서 있다. 손끝에서 흐르는 음표는 그녀의 자태와 어우러져 그 자체로 하나의 그림 같았다. “어느 악단에서 데려온 바이올리니스트야? 연주도 수준급인데다 생김새도 남다르네.” “진짜 괜찮은데? 누구랑 같이 온 거지?” “참 묘한 사람이군.” 남자들의 탐욕 어린 시선이 유송아의 몸을 따라 이리저리 흘렀다. 유송아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온몸으로 느끼며 부끄러움은커녕 오히려 당당히 고개를 치켜들었다. 마음속에는 자신감과 희열이 가득 차올랐다. 그녀는 믿고 있었다.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 이 모든 시선을 독차지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녀는 알아채지 못했다. 그녀를 바라보는 늙은 남자들의 눈빛이 탐욕을 넘어 더욱 짙고 노골적인 욕망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무대 뒤편, 어두운 그늘 속에서 몇몇 상류층 여인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수군댔다. 그러나 그중 몇 사람은 씁쓸하게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왜 굳이 스스로를 물건처럼 만들까.” 유송아는 그 말들을 듣지 못했다. 그녀는 남자들의 시선에 취해 있었다. 관심을 받을수록 그녀의 활놀림은 더욱 유려해졌고 객석의 남자들은 하나둘씩 무대 앞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모든 시선이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유송아는 화사하게 웃으며 과거를 떠올렸다. 한때, 그녀는 객석 한켠에서 강서우를 우러러보는 관객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바로 이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강서우는 이 자리에 올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이세빈 곁에조차 서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긴 건 자신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했고 수많은 시선이 일제히 입구로 쏠렸다. “셋째 도련님이 오셨다.” “옆에 있는 여자는 누구야?” 순식간에 유송아에게 쏠렸던 관심이 모두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유송아는 견딜 수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