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0화
심유나가 손을 뻗어 조각상의 뺨에 손끝을 대려던 찰나였다.
“뭘 보고 있어?”
등 뒤에서 들려온 부드러운 목소리에 심유나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굳어버렸다.
도현우가 언제 왔는지 그녀의 뒤에 서 있었고 그의 커다란 그림자가 그녀를 완전히 덮어버렸다.
그가 들어오며 문을 닫자 방 안의 유일한 빛줄기마저 사라졌고 순식간에 짙은 어둠이 찾아왔다.
심유나는 망설이다 결국 물었다.
“이 조각상들 말인데요...”
“예전 프로젝트 때 참고용으로 만들었던 모형들이야.”
도현우의 설명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당했다.
덕분에 심유나의 마음속에 피어오르던 작은 의구심은 힘없이 흩어졌다.
“뇌진탕 증세가 있으니 침대에 누워서 더 쉬어야 해. 자, 방으로 돌아가자.”
그는 그녀의 손목을 부드럽게 쥐고 그 방에서 그녀를 데리고 나왔다.
아직은 진실을 드러낼 때가 아니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검은색 밴 한 대가 별장 앞에 멈춰 섰다.
이동현의 지휘 아래 명품 로고가 선명한 쇼핑백과 선물 상자들이 쏟아져 들어왔고 현관의 절반이 순식간에 메워졌다.
옷, 가방, 보석. 전부 이번 시즌 신상이었고 하나같이 가격을 가늠할 수 없는 고가의 물건들이었다.
계단 위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심유나의 눈에는 그저 자신과 상관없는 쓰레기 더미로 보일 뿐이었다.
“이 비서님, 이게 다 뭐죠?”
이동현은 남성용 외투를 걸치고 있는 심유나를 발견한 순간, 머리끝이 쭈뼛 서는 긴장감을 느꼈다.
고 대표가 같이 오지 않은 것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동현은 약간의 아첨 섞인 미소를 띠며 말했다.
“사모님, 대표님께서 챙겨주신 선물입니다. 이곳에서 지내시는 동안 부족한 게 있을까 봐 걱정이 많으십니다.”
심유나는 계단을 내려와 자연스럽게 도현우의 곁에 섰다.
“태준이는 여전히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모르는 모양이야.”
도현우가 그녀의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심유나는 가볍게 신음 섞인 긍정을 보냈다.
생각해보면 늘 고태준에게 헌신하는 쪽은 그녀였다.
가끔 보여주는 식상한 이벤트에 속아 만족했던 시절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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