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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5분도 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다. 문을 열자 제복을 입은 경찰 두 명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신고하신 분이신가요?” “네.” 심유나는 옆으로 비켜서면서 말했다. “취객이 제 집에 무단으로 들어와서 나가라고 했는데 나가지 않더라고요.” 두 경찰이 고태준을 의아한 눈길로 바라봤다. 거실 한가운데 서 있는 남자는 비싸 보이는 정장을 입고 있었고 분위기도 범상치 않은 것이 다른 사람의 집에 무단 침입할 것 같은 취객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한 경찰이 고태준에게 다가갔고, 고태준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저는...” “신고자분께서 자택에 무단으로 침입했다고 하셨습니다.” 경찰이 무뚝뚝하게 고태준의 말허리를 잘랐다. “신분증 좀 확인하겠습니다.” 누군가 문을 열었는지 소란을 들은 이웃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밀며 구경했다. “저 사람 혹시 고림 그룹의...” “에구머니나, 저 사람이 왜 여기 있대?” “경찰은 또 왜... 무슨 일이지?” 문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태준은 이런 굴욕감을 느낀 적은 처음이었다. 그는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로 정장 안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경찰에게 신분증을 내밀었다. “저는 남편입니다.” 경찰은 신분증을 확인한 뒤 고개를 돌려 심유나에게 물었다. “남편 맞습니까?” 심유나가 대답했다. “지금 별거 중이고 이혼 절차 진행 중이에요. 그리고 이 집에 마음대로 들어오지 못하게 조치도 취한 상태예요. 그런데도 제멋대로 들어왔으니 주거 침입이죠.” 경찰은 상황을 이해하고 고태준에게 신분증을 돌려줬다. “고태준 씨, 신고자분께서는 고태준 씨를 환영하지 않으니 신고자분의 의사를 존중해 주시죠.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긴다면 법적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습니다.” 고태준은 차 키를 꽉 쥐었다. “알겠습니다. 이만 갈게요.” 고태준은 매정한 심유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며 그의 시선을 차단했다. 아파트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마이바흐 한 대가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멈춰 서 있었다. 차 안에서 도현우는 고태준이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핸들을 리듬감 있게 툭툭 두드렸다. 그의 입가에 천천히 광기 어린,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유나야, 사납게 구는 너도 참 귀엽네...” 도현우는 자신의 복층으로 된 펜트하우스로 돌아갔다. 그는 조명을 켜지 않고 텅 빈 거실을 가로질렀다. 안으로 쏟아져 들어온 달빛이 가구의 윤곽을 그려냈고, 검은색과 회색이 메인으로 된 인테리어 때문에 그의 집에서 생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남자 홀로 살아서 그런지 따뜻한 색감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었다. 도현우는 묵직한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안쪽은 그의 조각하는 작업실이었다. 한쪽 벽면에는 도구들이 가지런히 걸려 있었고, 정중앙에는 아직 완성되지 못한 목조 조각상이 하나 있었다. 조각상은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는데 교복을 입고 포니테일을 한 소녀가 웃고 있는 모습이었다. 도현우는 기억을 되짚으며 수년 동안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가 조각한 사람은 바로 심유나였다. 도현우는 조각상의 뺨을 가볍게 쓸면서 무더운 오후의 기억을 떠올렸다. 고등학교 때 농구장에서 소년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농구했다. 고태준이 3점 슛을 성공시키자 소녀들이 환호를 질렀다. 교복을 입은 심유나는 생수 두 병을 안고서 나비처럼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눈부신 소년에게로 달려갔다. “태준 오빠, 마셔요!” 별처럼 반짝이는 소녀의 눈동자에는 온통 고태준뿐이었다. 도현우는 코트 반대편에 서서 기대 어린 눈빛으로 심유나를 바라보며 조용히 기다렸다. 심유나는 고태준에게 생수를 건네고 나서야 뒤늦게 도현우를 떠올리고는 그에게로 달려갔다. “현우 오빠, 받아요.” 소녀의 목소리는 맑고 부드러웠다. 도현우의 손이 물병에 닿기 직전이었다. “유나야, 이리 와.” 고태준의 오만함이 느껴지는 목소리가 멀지 않은 곳에서 들려왔다. “잠시만요!” 심유나는 도현우의 손에 생수를 쥐여준 뒤 곧장 고태준에게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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