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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그 망설임 없는 모습은 마치 뜨거운 햇볕처럼 그의 눈을 아프게 했다. 그동안 도현우는 두 번째로 밀려나거나 무시당했던 적이 수도 없이 많았었고, 그것은 그에게 아주 큰 상처로 남아 매일 그를 괴롭게 했다. 그날, 도현우는 다섯 번째 투자에 실패했다. 아버지의 채찍이 등 위로 내려앉을 때마다 살이 타는 듯이 아팠다. “너는 언제쯤 백씨 가문의 그 애를 이길 수 있는 거야?” 백씨 가문의 백선웅은 도현우의 이부형제로 도현우보다 세 살 어렸지만 이미 이름난 의학 천재였다. 백선웅의 신약 특허 덕분에 백씨 가문은 수천억 원을 벌어들였다. 그에 반해 도현우는 당시 주식 투자로 겨우 60억 정도를 벌어들였다. 도현우는 바닥에 웅크린 채 고집스럽게 이를 악물며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는 다음 날 오후에야 등교할 수 있었다. 체육 시간에 심유나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도현우를 데리고 사람이 없는 교실로 들어가서 그에게 셔츠를 벗어보라고 했다. 그리고 그의 등에 남겨진 상처들을 본 순간 바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심유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연고와 면봉을 꺼내 조심스럽게 그에게 약을 발라주었다. 따뜻한 온기를 지닌 손가락이 피부에 닿았을 때 도현우는 묘한 전율이 일었다. 그는 아파서 몸을 움찔 떨었다. “아파요?” 소녀는 곧바로 멈추고 상처에 바람을 불었다. “더 살살 할게요.” 깃털 같은 숨결이 그의 긴장한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그 뒤로 심유나는 매일 같이 도현우 몫의 도시락까지 챙겨와 그와 대화를 나누었고 가끔은 서툴게 웃긴 얘기도 해주었다. 도현우의 몸에 남았던 상처들은 전부 심유나가 치료해 주었다. 그리고 그건 마음의 상처도 마찬가지였다. 이후 그는 집안의 자랑스러운 천재가 되었고 투자에서 실패한 적이 없었다. 아버지도 더 이상 그에게 손찌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탓에 도현우는 심유나와 단둘이 있을 기회를 만들 수가 없었다. 도현우를 바라보는 심유나의 눈빛은 걱정에서 시작해 점차 존경과 동경으로 변했다. 심유나는 도현우를 절대 무너지지 않는 신처럼 바라봤다. 그래서 가끔 도현우는 심유나 앞에서 일부러 기침을 하면서 머리가 아프다고 말했다. 그래야만 잠깐이라도 심유나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화면이 바뀌고 눈앞에 성대한 결혼식 현장이 나타났다. 도현우는 말끔한 정장을 입고 고태준의 옆에 서 있었다. 그가 십 년 넘게 좋아한 여자가 아름다운 웨딩드레스를 입고, 아버지의 팔에 팔짱을 끼고 레드카펫 끝에 서 있는 고태준을 향해 천천히 걸어갔다. 도현우는 무대에 올라 미리 준비해 둔 축사를 읽었다. 모든 이들이 웃고 있었지만 오로지 그만 끝없는 심연에 빠진 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건네는 축하의 말들이 도현우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 “맹세합니다.” 심유나가 그 말을 하는 순간, 도현우는 심유나를 데려가려는 충동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그는 심유나가 행복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고 999번째 되뇌었다. 그러나 그가 그토록 사랑했음에도 얻지 못했던 사람이 누군가에게 홀대받고 누군가 때문에 괴로워하는 것은 절대 참을 수 없었다. 추억에서 빠져나온 도현우의 눈빛이 살벌하게 번뜩였다. 그는 기억 속의 미소를 되짚으며 조각상을 더욱 생생하게, 그가 기억하는 모습과 더 닮게 조각할 생각이었는데 질투와 분노 때문에 손가락이 자꾸만 주체할 수 없이 떨렸다. 결국 조각칼이 손에서 미끄러졌고 날카로운 칼끝이 그의 희고 매끈한 왼손 손등을 스치며 뼈가 보일 만큼 깊은 상처를 냈다. 순간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그러나 도현우는 아무런 통증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금의 너는 내 상처를 알아봐 줄까?” 도현우는 심각한 상처를 조용히 내려다보았다. 피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 조각상의 교복 치마를 붉게 물들였는데 마치 갑작스럽게 피어난 아름다운 매화 같았다. 도현우가 별안간 갈라진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웃음을 터뜨렸고, 약간의 광기 어린 웃음소리가 썰렁한 작업실 안에 울려 퍼졌다. “나의 작은 태양아...” 도현우는 다치지 않은 오른손으로 조심스럽게 조각상의 뺨을 매만졌다. 그 행동은 다정하고 애틋했지만 동시에 엄청난 소유욕이 포함되어 있었다. “너는 언젠가 내 것이 될 거야. 네 배우자란에 내 이름이 적히게 될 거야.” 도현우는 차가운 조각상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온기를 전했다. “그리고 영원히 나랑 같이 살다가 나랑 같이 묻혀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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