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6화
“허.”
고태준은 분노가 극에 달하자 되레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턱선이 팽팽하게 굳어 있었다.
“심유나, 제법 배짱 있네.”
“여기서 고생하며 버티겠다고? 나 없이, 내 돈 없이, 고림 대표 부인이라는 신분 없이 네가 이 썩은 동네에서 뭘 해낼 수 있는지 두고 보지.”
문 앞까지 가던 그는 걸음을 멈췄다. 뒤돌아보지 않은 채,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심씨 가문이 진 빚.”
“그렇게 자존심 세우고 싶다면 내가 대신 메워 줄 거라 기대하지 마.”
“네 훌륭한 아버지한테 알아서 해결하라 해.”
유리문이 거칠게 닫히며 문틀에 쌓인 먼지가 우수수 떨어졌다.
작업실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심유나는 그 자리에 선 채로 몸이 살짝 휘청했다.
강소현이 급히 그녀를 부축해 의자에 앉혔다.
“유나야, 괜찮아?”
심유나는 고개를 저으며 무의식적으로 평평한 아랫배에 손을 얹었다.
“나 괜찮아.”
그녀는 문밖으로 사라져 가는 고태준의 차를 바라보며,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그렸다.
심석진이 고태준이 완전히 손을 뗐다는 걸 알면 정말 미쳐 버릴 것이다.
그때 심유나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송금 알림과 함께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도현우였다.
[세강시는 습하고 추우니까, 난방 장비 한 세트 보냈어. 30분쯤 뒤에 도착할 거야. 꼭 받아.]
심유나는 휴대폰을 쥔 채,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미약한 온기를 느꼈다. 그 조그만 온기가 유난히도 뜨겁게 느껴졌다.
한편 최고급 세단은 세강시의 청석 길 위를 질주하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스쳐 가는 고풍스러운 처마와 부드러운 다리의 곡선은, 고태준의 눈에는 흐릿하고 조롱 섞인 색채 덩어리로만 보였다.
“내가 당신을 원하지 않는 거예요.”
심유나의 서늘한 그 말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됐다.
고태준은 가속 페달을 세게 밟았고 길가의 행인들이 놀라 고개를 돌렸다. 30분을 달려도 가슴속의 불길은 사그라들기는커녕 더 거세졌다.
끼익.
타이어가 도로를 긁으며 날카로운 소리를 냈다.
차는 인적 없는 강변의 좁은 길에 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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