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화
“네가 그 일만 도와주면, 성서 쪽 그 땅은 경쟁에서 빠질게.”
도현우는 손에 쥔 목각을 다듬고 있었다. 윤곽만 봐도 여자 형상임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그는 손을 멈추더니 입가에 묘한 웃음을 걸었다.
“무슨 부탁이길래 고 대표를 이렇게 조급하게 만든 거야? 대가도 이렇게 크게 치르고.”
“백하윤을 맡아 줘.”
휴대폰 너머로 고태준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유나가 나한테 그러는 건 결국 내가 하윤이한테 너무 잘해 줘서 질투하는 거야.”
“그러니까 아예 백하윤을 떼어 놓을 생각이야.”
“넌 내 친구잖아. 네가 맡아 주면 믿을 수 있고 스승님께도 할 도리는 한 셈이지.”
고태준은 왜 이 방법을 이제야 떠올렸는지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맡아 준다니,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시로 나한테 전화 못 하게 하고 유나 앞에 얼씬도 못 하게만 해.”
“아프면 병원 데려가고 돈 필요하면 네가 주고. 비용은 전부 내가 부담할게.”
“가능하면 해외로 잠시 보내 버렸으면 좋겠어.”
도현우는 손끝으로 목각의 얼굴을 천천히 쓸며 서늘하게 웃었다.
고태준은 여전히 심유나가 단순히 질투한다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이럴수록 자신에게는 기회가 생긴다.
“태준아, 너 술 마셨어?”
도현우는 조각칼을 느긋하게 굴리며 난처한 듯 말했다.
“성서 땅은 고림 그룹 내년 핵심 프로젝트잖아. 고씨 가문 어르신이 알면 요양원에서 벌떡 뛰쳐나오실 텐데.”
고태준은 좌석에 몸을 기대었다. 긴 다리를 느슨하게 겹친 채 불도 붙이지 않은 라이터를 손에서 굴렸다.
금속 덮개가 열렸다 닫히며 ‘딸깍’ 소리를 냈다.
“농담 아니야. 백하윤 부탁 좀 할게.”
“아니면 걔랑 결혼이라도 할 생각이라면 원하는 건 뭐든 내가 대줄게.”
그 말에 도현우는 조각칼을 내려놓고 창가로 걸어갔다.
깊은 눈동자가 어둡게 가라앉았다.
고태준도 멍청하진 않았다. 눈에 욕심과 계산이 훤히 보이는 백하윤이 심유나와 비교 대상이 될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태준아, 이건 쉬운 부탁이 아니야.”
“백하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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