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0화
중앙병원.
응급실 복도는 끝이 보이지 않았고 자극적인 소독약 냄새가 공기 중에 진동했다.
서늘한 전등 빛 아래 복도의 공기는 골수까지 얼려버릴 듯이 차가웠다.
홀로 의자에 앉아 등을 꼿꼿이 세운 채 정면을 응시하는 그녀의 모습은 모진 바람에 꺾이기 직전이면서도 절대로 허리를 숙이지 않는 대나무 한 그루와도 같았다.
그때 멀리서부터 급박하고 어지러운 발소리가 들려왔다.
“심유나!”
진경희가 고다은을 뒤로한 채 그녀의 앞까지 빠르게 달려왔다. 관리가 잘 된 그녀의 얼굴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하더니 대뜸 손을 휘둘러 뺨을 후려쳤다.
찰싹!
정적이 흐르던 복도에 날카로운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심유나의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고 하얀 뺨에는 금세 다섯 손가락 자국이 붉게 피어올랐다.
이내 입안 가득 피비린내가 퍼졌다.
“이 배은망덕한 것!”
진경희는 평소의 우아한 자태는 온데간데없이 손가락으로 심유나의 코앞을 찌를 듯이 몰아세웠다.
“우리 고씨 가문이 널 몇 년이나 거둬줬는데 감히 이렇게 보답해? 그 애는 태준이의 첫 아이이자 우리 집안의 장손이야! 네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어!”
그녀는 분에 겨워 목소리까지 바르르 떨었다.
“애초에 마음 약해져서 널 들이는 게 아니었어! 네 엄마도, 할머니도 남의 집 식모살이나 하던 것들이니, 그 천한 피는 못 속이는구나! 경고하는데, 하윤이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탈이 생기면 내 손으로 널 반드시 감옥에 보낼 줄 알아!”
고다은은 팔짱을 낀 채 입술을 삐죽였다.
“큰어머니, 이런 여자랑 무슨 할 말이 더 있으세요?”
그녀가 비아냥거리며 말을 이었다.
“자기는 애도 못 들어서면서 하윤 언니가 임신하니까 눈이 뒤집힌 거잖아요. 이런 사람은 당장 경찰에 신고해서 잡아가야 해요.”
그녀는 당장이라도 신고할 듯 휴대폰을 만지작거렸다.
“살인미수로 고소해 버려야 한다니까요.”
백하윤은 자신이 고씨 가문 안주인 자리를 꿰차면 그녀의 갤러리에 투자해준다고 장담했었다.
융통성이라곤 없는 심유나와는 차원이 달랐다.
지난번 창업 자금을 타내려 했을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