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화
같은 시각, 도원 그룹 대표 사무실.
도현우는 웃으며 전화를 끊고는 휴대폰을 책상 위에 툭 던져놓았다.
창밖을 등진 도현우의 뒤에서 송서영이 팔짱을 낀 채 어이없다는 듯 그를 응시했다.
“오빠!”
결국 송서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혀를 찼다.
“진짜 해도 해도 너무한 거 아냐? 고태준을 사지로 몰아넣고도 감사의 인사를 받아내다니, 정말 대단한 재주야.”
조금 전 통화는 그야말로 빈틈 하나 없었다.
만약 내막을 모르는 제삼자가 들었다면 분명 도현우를 친구를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성인군자로 착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어젯밤 곤히 자던 그녀를 억지로 깨워 심유나의 사건을 맡으라고 몰아붙인 장본인이 바로 도현우였다.
그녀에게는 심유나가 고태준을 아예 진저리치게 만들어 평생 재결합 따위는 꿈도 꾸지 못하게 하라고 신신당부해놓고 정작 당사자에게는 시간을 벌어주려 그랬다며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다니.
도현우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기댄 채 금테 안경을 벗었다.
그러고는 안경 케이스에서 부드러운 천을 꺼내 안경 렌즈를 닦기 시작했다.
그 느긋하고 품위 있는 동작은 마치 정교한 예술 작품을 손질하는 장인과도 같았다.
“전쟁터에서 속임수는 병가지상사지.”
무심하게 내뱉는 그의 말투엔 묘한 서늘함이 서려 있었다.
“그렇게 둘러대지 않았으면 고태준이 네가 이 사건을 맡도록 순순히 내버려 뒀겠어?”
고태준의 그 오만하고 독선적인 성미라면 송서영이 정말로 심유나의 이혼을 도우려 한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온갖 수단을 동원해 가로막았을 게 뻔했다.
어쩌면 부산의 모든 로펌이 심유나의 의뢰를 거절하도록 압박해 그녀를 고립시켰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심유나가 막다른 길에 몰리는 건 물론이고 그가 개입한 것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 그녀의 명성에 타격이 가 상황만 꼬였을 게 분명했다.
송서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책상 앞으로 다가와 허리를 숙여 그를 응시했다.
“오빠, 진짜 다시 봤어. 이건 단순히 남의 여자를 뺏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 현대판 남자 ‘여우’ 그 자체야. 그것도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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