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약혼식이 끝난 그날 밤, 창밖에는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윤씨 가문 별장의 서재.
윤서하는 강도현과 비밀 결혼을 했던 일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털어놓았다.
가족 몰래 사랑을 시작했던 날들,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인신고를 했던 순간, 배서연과 벌였던 내기에서 패한 일, 그리고 그동안 혼자 감당해야 했던 수많은 모욕과 서러움까지 모두 말했다.
숨기고 싶었던 기억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모두 입 밖으로 꺼냈다.
말을 다 듣고 난 뒤, 서재 안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윤씨 가문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심각했다.
윤서하는 혹시 부모님이 강씨 가문의 아들과 그런 관계를 맺은 자신을 나무랄까 봐 걱정했지만, 예상과는 달랐다.
그때 이미란이 말했다.
“서하야, 너는 우리 윤씨 가문에서 금이야 옥이야 소중하게 키운 딸이야. 얼굴이면 얼굴, 집안이면 집안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데... 강도현 때문에 이런 지경까지 몰리다니.”
윤세라는 동생의 왼손에 남은 흉터를 내려다보며 눈가를 붉혔다.
“그때 뜨거운 기름에 덴 거라고 했잖아. 알고 보니 황산을 맞은 거였다니... 얼마나 아팠겠어.”
윤경태는 이를 악물고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강도현이 감히 우리 동생한테 이렇게까지 했다고?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야.”
하지만 윤서하는 고개를 저었다.
“오빠, 이제는 정말 상관없어. 그 사람이 어떻게 되든 나랑은 아무 관계 없어. 나 이제 그 사람 안 사랑해. 그리고 더 이상 그 사람과 결혼 생활을 이어갈 생각도 없어.”
그러자 이미란이 단호하게 말했다.
“일단 이혼부터 확실하게 해야 해. 김씨 가문에서 이미 날짜까지 잡아 놨는데, 너 때문에 혼사가 틀어지면 안 되지.”
그때 윤영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정말이야? 서하야, 강도현에 대한 마음이 조금도 남지 않았느냐?”
윤영석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결혼은 장난이 아니야. 끝낼 거면 미련 없이 끝내야 해. 특히 강씨 가문과는 정말 깨끗하게 끊어야 해.”
윤서하는 눈가에 맺힌 눈물을 훔치고 고개를 곧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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