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화
허탈하게 웃던 강도현은 윤서하의 말을 믿지 못한 채 비틀거리듯 다가갔다. 축축한 옷자락에서 떨어진 빗물이 카펫 위로 번져 어두운 얼룩이 생겼고 그 얼룩은 지금 그의 마음처럼 무겁게 퍼져 갔다.
“넌 분명 아직도 날 사랑하고 있을 거야.”
강도현은 윤서하의 표정을 샅샅이 훑어보며 거짓말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
“나 때문에 얼마나 많은 걸 포기했는데. 나 하나 바라보고 6년을 쫓아온 사람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마음을 접을 수 있어?”
윤서하는 짧게 숨을 내뱉으며 비웃음이 섞인 미소를 지었다.
“아, 이제야 아는구나. 내가 당신한테 얼마나 퍼줬는지.”
윤서하의 단호한 목소리에 담긴 냉소가 강도현의 가슴을 쿡 찔렀다.
“그래. 알아.”
강도현은 간절한 표정으로 다가섰다.
“그래서 널 데리러 온 거야. 서하야, 내가 잘못했어. 예전엔 정말 네게 못했어. 그러니까 이번 단 한 번만 기회를 줘. 네가 입은 상처는 내가 직접 갚고 싶어. 제발... 내가 널 사랑할 수 있도록, 사랑하게 해 줄 기회를 줘.”
하지만 윤서하의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마치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바라보듯 차갑고 담담했다.
“강도현 씨, 뭐로 저를 사랑하겠다는 거죠?”
윤서하는 한 글자씩 또렷하게 말했다.
“무슨 자격으로 사랑이라는 말을 해요?”
윤서하의 말은 비수처럼 날카롭게 강도현의 마음에 꽂혔다.
강도현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윤서하는 거리를 좁히듯 천천히 걸어갔고, 한 걸음 다가갈 때마다 강도현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윤서하의 목소리는 한층 더 냉정했다.
“제가 당신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 그 마음을 이용해서 비밀 결혼하자고 했잖아요. 사람들 앞에서는 존재도 못 하는 아내로 숨겨 두고, 당신이랑 배서연 사이를 가려 줄 방패로 쓴 게... 그게 보상이에요? 결혼하고 나서는요? 손끝 하나 닿는 것도 싫다는 얼굴이었죠. 제가 한번 안아 보겠다고 다가가면 민폐 보듯 인상부터 찌푸렸고... 그게 사랑이에요?”
“경매장에서는 배서연 씨를 위해 잔뜩 술을 마셨죠. 술 한 방울도 안 마시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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