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0화 예친왕이 오다
하지연은 허점을 굳이 지적하지 않았고 영용부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잇달아 물었다.
“그렇다면 어머니가 마차에서 내려간 뒤 얼마 만에 공주마마의 호위가 따라잡던 거네?”
영용부인이 재빨리 답했다.
“그래, 곧바로 쫓아왔었다. 우리가 십여 장쯤 갔을 때 호위들이 따라왔던 거야.”
하종수는 지금껏 침묵하고 있다가 그 대목에서 날카롭게 잘라 말했다.
“쓸데없이 허둥대지 말고 똑바로 생각한 뒤에 대답하라. 대답은 전부 사실이어야 하며 거짓말 한마디도 있어서는 아니 된다. 알겠느냐?”
호통에 정신이 번쩍 든 영용부인이 얼른 고쳐 말했다.
“아, 십여 장이 아니라 이십여 장... 어쩌면 그보다 더 갔을 수도 있을 거다. 그때 내가 맞아 어지러워 정신이 없었고 혜원이가 나를 부축하느라 살폈을 거야.”
그러자 하지연이 하종수를 스치듯 보며 담담히 이었다.
“좋다. 이십여 장이라... 호위가 따라와 마부에게 물었을 때 마부는 모른다고 했었다. 하지만 조금 전에는 네가 안부인이 떨어진 것을 호위가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앞뒤가 서로 어긋나는데 이를 어찌 해명하겠느냐?”
영용부인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그건 내가 마부도 아니니 보았는지 못 보았는지 어찌 알겠느냐!”
하지연의 입가가 옅게 휘어졌다.
“좋다. 마부가 보지 못했고 마차 안 사정을 몰랐다고 치자. 그렇다면 마부의 진술은 무효로 해야겠다.”
뭔가 잘못 흘러가는 걸 느끼면서도 영용부인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마부의 말은 믿기 어려울 거다.”
그러자 하지연의 미소가 더 깊어졌다.
“그렇다면 안부인이 마차에서 떨어진 지점과 공주마마의 호위가 너를 막아 세운 지점 사이가 이십여 장이면... 대략 이곳에서 대문까지의 거리... 맞는 거냐?”
영용부인은 맞다고 하고 싶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 거리보다 훨씬 멀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아니라고 하면 원취옥을 버리고 가려 했다는 자백이 된다. 영용부인은 자신이 이미 하지연의 흐름에 끌려들었음을 깨닫고 구원이라도 청하듯 하종수를 보았다.
하종수가 가볍게 기침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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